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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마천동 장롱살인 사건’ 남겨진 10대 소녀…경찰이 ‘새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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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경찰서 장혁진 경사, 숙소 제공·생계비 지원 등 알선

경향신문

이른바 ‘마천동 장롱살인’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소녀에게 한 경찰관이 ‘새 희망’을 선물했다.

1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송파서 소속 피해자전담경찰관 장혁진 경사(35·사진)는 지난 1월 발생한 살인사건 유족 ㄱ양(18)에게 경제적·정신적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며 보호자로 나섰다.

지난해 1월5일 송파구 마천동 한 주택에서 60대 남성이 자신의 친형을 목졸라 살해하고 장롱에 시신을 유기한 뒤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형을 가장해 “제주도에 사는 친척 장례식에 다녀오겠다”는 메모를 남기고 집을 떠났다. 그러나 같은 달 26일 군복무 중 휴가를 나온 피해자의 친손자가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며 범행이 드러났다. 피해자와 다른 방에서 지내며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친손녀 ㄱ양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됐다. 오빠는 군복무 중이고 맏언니와는 연락을 끊고 산 지 오래다. 남매는 어릴 때부터 친부모의 학대 속에서 살았다. 부모가 집안 문제로 다툰 뒤 모두 집을 나간 이후에는 피해자인 할아버지가 시장에서 채소를 팔며 남매를 키웠다.

장 경사는 살인사건 신고접수와 동시에 ㄱ양에게 맞춤형 지원을 시작했다. ㄱ양은 면담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네일아트를 배우며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장 경사는 시신을 유기한 장롱을 치우고 냄새와 혈흔을 제거하는 동안 ㄱ양에게 임시숙소를 제공했다. 또 할아버지가 받던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ㄱ양 앞으로 돌려놨다.

장 경사는 송파구청소년지원센터와 함께 ㄱ양 생활전반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서울동부스마일센터에서는 심리상담을 받고, 서울동부고용노동센터에서는 취업 성공패키지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이랜드복지재단과 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각각 생필품과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연결해줬다. 장 경사는 ㄱ양의 오빠가 제대하면 추가로 유족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장 경사는 “지원을 통해 다시 웃고 지내는 ㄱ양을 보면서 열심히 뛴 보람을 느낀다”며 “유관기관과의 협력망과 피해자 보호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해 범죄피해자들이 두 번 눈물짓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전담경찰관 제도는 범죄 피해자에게 치료·생계비, 심리·법률 상담, 2차 피해방지·신변보호 등 전방위적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로 2015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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