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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상처만 남긴 서울대 본관점거 15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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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vs물대포’ 학생·학교 충돌

‘시흥 캠퍼스’ 갈등만 더 깊어져


서울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사태가가 결국 물리적 충돌을 끝으로 지난 11일 해제됐다. 시흥캠퍼스 설립을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를 시작한 지 153일만이다. 본관 점거는 해제됐지만, 학생들은 재진입 시도 과정에서 렌치와 소화기를 사용하고, 학교 측은 소화전을 이용해 물을 뿌리는 등 상처만 남겨 학내 통합에는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대학교와 서울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본관 점거를 진행하던 학생 40여명이 지난 11일 본관을 나오면서 150일을 넘긴 본관점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6시30분께부터 직원 400여명과 사다리차를 동원해 본관 이주 작업을 시작했다.

학교 측은 “지난 8일 대학행정 정상화를 위해 본관 3개 층에 대한 입주 협조를 공문 등으로 요청했다”며 “현장에는 단과대학장과 부학장 등 보직교수 50여명이 함께해 이주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입주 과정에서 본관을 점거하던 학생 30여명은 직원들에게 끌려나왔고 이 과정에서 한 명이 정신을 잃었지만, 회복 후 점거 현장에 복귀했다. 남은 점거 측 학생 14명은 점거 공간이 마련된 본관 4층에 자리를 잡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이 물도 받지 못하게 하고 있어 사실상 감금 상태”라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측은 “식료품 전달 조치는 이전부터 됐다”며 “학생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문제는 이날 오후 본관 점거 학생들이 재진입을 시도하면서 불거졌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 일부 학생들이 1층 본관 진입 과정에서 렌치와 소화기를 이용해 문을 부쉈고, 안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난사하고 투척했다. 소화기 분말에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등 상황이 급박해지자, 내부에 있던 직원들은 소화전을 이용해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물대포에 맞아 찰과상 등을 입었다.

결국, 이날 오후 늦게 4층에 남아있던 학생들이 자진 퇴거하면서 본관 점거 사태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물리적 충돌을 두고 양측의 갈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학생들은 13일 저녁 대규모 규탄 집회를 계획하고 ‘물대포에 맞아 스러져간 서울대의 민주주의를 추모한다’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학생회 관계자는 “학내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의미에서 13일에 근조 화환을 세울 예정”이라며 “시흥캠퍼스 설립 반대를 위한 투쟁은 계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소화전 사용은 소화기 분말이 건물 내에 가득 찬 상황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당시 건물 안에 있던 수십명의 교수와 직원들도 신체적 위협을 느끼는 매우 급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폭력사태 이후 양측은 협상테이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회 관계자는 “아직 학교 측과 관련 협상을 재계할 계획은 없다”며 “대학신문 등에 대한 탄압 정황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당분간 협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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