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속죄하는 서부극 주인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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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사막 풍광과 고독한 영웅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사투가 벌어지는 무법 지대. ‘로건’은 초반부터 서부극의 뚜렷한 인장을 드러낸다. 권선징악적인 기존 서부극보다 무법자들의 번민과 지리멸렬한 현실을 담은 1960년대 중반 이후 수정주의 서부극의 영향이 특히 짙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이러한 선택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로건을 다른 돌연변이들과 구분 짓는 특징이 ‘고통’이었음을 생각하면 말이다.
“아마도 로건은 인간을 돕는 것에 지쳤을 것이다. 인간들은 어린아이처럼 항상 똑같은 문제를 일으키니까.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겪고, 또 새로운 사람을 사랑한 뒤 그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한 악당이 사라지면 또 다른 악당이 나온다. 로건의 상실과 피로감에 촉각을 세웠다.” 맨골드 감독의 말이다.
그럼에도 로건은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살인 병기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 로라를 외면하지 못한다. 로건의 유일하게 남은 돌연변이 친구 칼리반 역의 스테판 머천트는 “로건이 쇠약한 자비에 교수와 어린 로라를 데리고 적들에게 쫓기며 미국 전역을 이동하는 장면은,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서부 범죄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1969, 조지 로이 힐 감독)가 연상됐다”고 했다. 서부극의 흔적은 미국 엘 파소와 멕시코 사막부터 미국 캔자스·사우스다코타의 황무지를 관통하는 대장정 곳곳에서 포착된다. 로건이 길을 떠나며 로라가 고른 웨스턴 스타일의 재킷과 카우보이 셔츠로 갈아입는 것이 나름 ‘위트 있는’ 신호탄. 추격 도중 기차가 등장하는 장면은 맨골드 감독이 2007년 연출한 서부 액션 ‘3:10 투 유마’의 기차 액션을 떠오르게 한다.
“조이, 집에 가서 엄마한테 계곡에 더 이상의 총성은 없을 거라고 말해 드려.” ‘셰인’의 이 대사는 극 중 엔딩신에서 다시 한 번 들려온다. 이 장면이 연상시키는 또 하나의 서부극은 샘 페킨파 감독의 1969년작 ‘와일드 번치’다. 이 영화 속 세상에서 버려지고 망가진 무법자들은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지키고픈 무언가를 위해선 전부를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작별의 순간, 로건도 그랬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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