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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법 감정 무시한 아동·청소년 성폭행 32% 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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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범죄자 10명 중 3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확정 판결을 받은 신상 정보 등록 대상자를 분석한 결과다. 성폭행범 733명 가운데 최종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는 32.3%나 됐다. 이 수치는 2013년 36.6%였다가 해마다 미미하게나마 감소 추세이기는 하다.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의 죄질을 고려하면 여전히 용납하기 어려운 처벌 수준이다.

조사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의 약 23%가 13세 미만이었다. 이 어린 피해자들의 절반 이상이 평소 잘 아는 사람한테서 범행을 당했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아동 성폭행을 우발적인 살인보다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대답은 변함없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동 성범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다. 인간의 삶을 한순간에 송두리째 짓밟는 만행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선진국들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성범죄에 물렁물렁한 처벌을 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새 양형 기준을 만들기도 했으나, 국민의 법 감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솜방망이 처벌을 지켜본 사람들이 “제 가족의 일이었어도 저런 판결을 했겠나”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재판부에 쏟아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연예기획사 대표가 15세 여학생을 수차례 성폭행해 임신하게 했는데도 지난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시민사회를 들끓게 한 사건은 최근의 대표 사례다.

아동과 청소년을 노린 성범죄는 해마다 300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자는 취지에서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책이 꾸준히 나오고는 있다. 법으로도 형량의 수위를 높여 놨지만 이전 판례 등을 의식해 소극적인 판결로 마무리되는 사건이 여전히 너무 많다. 재판부의 관대한 처분이 아동 성범죄를 뿌리 뽑지 못하는 큰 패착으로 지적된다.

검찰은 여성과 아동 대상의 폭력 범죄는 초범이라 하더라도 선처하지 않고 기소하기로 했다. 실질적인 반성을 유도하고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이다. 검찰의 이런 노력만으로 사회적 약자를 유린하는 악성 범죄가 줄어들기는 어렵다. 성범죄만큼은 반드시 엄단하겠다는 의지가 사법부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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