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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내 생전 저축 까먹기는 처음"…2030세대 가계금융 급속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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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머니투데이

지난해 저축을 하지 못하고 되레 까먹는 세대가 사상 처음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저축액은 40대 가구를 제외하고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전체 가구의 평균 저축액(전·월세 보증금 제외)은 6942만원으로 전년 대비 16만원, 0.2% 증가했지만, 연령대별 가계 저축액을 살펴보면 40대 가구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가구를 빼고 모든 세대가 저축한 것을 까먹은 셈이다.

사정은 2030 젊은 세대일수록 나빴다. 지난해 20대 가구의 평균 저축액은 2091만원으로 전년 대비 261만원, 11.1%나 감소해 감소폭과 감소율이 가장 컸다. 30대 가구는 136만원, 2.6% 감소했다.

40대 가구만 유일하게 평균 저축액이 442만원, 5.7% 늘었고, 은퇴 세대에 해당하는 50대 이후부터는 다시 저축액이 감소했다.

지난해 가계 저축액이 40대 가구를 제외하고 전년보다 감소한 이유는 경기부진으로 소득이 적게 늘면서 저축할 여윳돈이 줄어든 탓이다. 통계청의 ‘2016년 연간 및 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0만원으로 전년 대비 0.6% 느는데 그쳐 소득증가율이 통계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작았다.

그러나 연령대별로 보면 젊은 세대는 경기둔화의 타격을 크게 받아 가계 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20대 가구의 소득은 3282만원으로 전년 대비 124만원, 3.7% 감소해 통계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래 처음으로 줄었다. 30대 가구의 소득도 전년보다 1.5% 느는데 그쳐 증가률이 가장 작았다.

이렇듯 소득이 신통치 않으니 가계지출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36만원으로 전년대비 0.4% 감소했다. 가계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소득이 거의 정체되니 지난해 가구는 저축을 까먹고 지출마저 줄이는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가계 경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지난해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임대보증금 제외)는 4686만원으로 전년 대비 325만원, 7.5% 늘어났다. 저축은 못 하고 되레 담보·신용·신용카드대출 등 금융부채를 더 늘린 것이다.

저축액은 줄고 금융부채가 늘어나니 ‘저축액으로 금융부채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재무건전성 지표는 더 악화됐다. 2016년 전체 가구의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67.5%로 전년 대비 4.6%포인트나 악화됐다.

재무건전성 악화는 2030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졌는데 30대 가구는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95.7%로 금융부채가 저축액에 거의 맞먹는 수준까지 증가해 재무건전성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20대 가구는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전년보다 12.5%포인트 오르며 재무건전성 악화 속도가 가장 빠르게 나타났다.

이처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득과 저축액이 줄고 금융부채가 늘어나는 가계금융 악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2030세대의 고용 한파에 기인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젊은 세대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구소득에서 근로소득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20대 가구: 90%, 30대 가구: 82%) 젊은 세대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청년고용률은 42.3%를 기록해 정부의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고, 2015년 6만8000명이었던 청년 취업자 증가수는 지난해 4만8000명으로 되레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취약계층의 소득·소비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소득정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기 반전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계금융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점을 인식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30세대가 저축을 늘리기는커녕 까먹고 살도록 놔둬서는 안된다.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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