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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자투리 천으로 만든 가방·주머니 … 지구와 친구 되기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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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재활용 공방 주인 김정은씨

오래된 물건 허투루 안 버려

친환경 소품 수작업해 팔아

장애아 부모에 공예수업도


중앙일보

친환경 생활소품을 판매하는 ‘지구랑친구하기’김정은 대표. 자투리 천들로 만든 가방을 들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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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11㎡(3.5평) 남짓한 작은 공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알록달록 손바닥 크기만 한 작은 가방들이 가득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자투리 천들을 재봉틀로 박음질해 만든 ‘재활용 가방’들이다. ‘지구랑 친구하기’라는 이름의 공방 주인인 김정은(36)씨가 “손수건을 넣는 가방”이라고 설명했다.

공방의 판매대 위에는 다른 물건들도 보인다. 물통 주머니, 수저 주머니, 손수건 등이다. 모두 핸드메이드 제품들이다. 수저 주머니에 수저를 넣고 다니면 일회용 수저를 사용할 일이 없다.

김씨는 공방 물건들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디자인과 환경의 결합이죠. 예쁜 소품에 환경보호란 가치를 담았어요.”

한성대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2001년부터 녹색연합 회원으로 활동하며 환경운동에 동참했다. “친구들이 제게 붙여준 별명이 ‘바리스타’예요. 수저·손수건·물통·텀블러 등 오래된 물건을 버리지 않고 바리바리 갖고 다닌다고요.”

대학 졸업 직전 떠난 인도 여행에서 막연하게 ‘30대엔 창업을 하고 싶다’고 꿈꿨다. 벽화 그리기, 음식점 서빙 등 몇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역 문화센터에서 취미 삼아 홈패션 만들기를 배웠다. 그게 진로의 이정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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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생활소품을 판매하는 ‘지구랑친구하기’김정은 대표. 자투리 천들로 만든 가방을 들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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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소품을 본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서 팔아도 되겠다’고 용기를 줬어요.” 친환경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공방이자 1인 기업인 ‘지구랑 친구하기’가 탄생한 계기다.

김씨는 2012년 서울시의 청년창업 지원사업 ‘챌린지 1000 프로젝트’에 선발돼 창업 지원금, 교육을 받았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침선을 배우는 등 손에서 바늘을 놓지 않았다. ‘지구랑 친구하기’의 문을 연 건 2013년 1월. 같은 해 11월엔 ‘서울여성공예창업대전’에서 수상했다. 코바늘로 손뜨개한 장식을 박음질한 천가방이 대표 상품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정원에서 열리는 ‘세종예술시장 소소’에 매달 두 차례 참가해 물건을 팔고, 장애인봉사단체 장아람재단의 봉사자들과 함께 장애아 부모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공예수업도 한다. “재봉틀 초보자도 한 시간 정도면 컵받침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입소문이 나고 있지만 수입은 “아직 공방 유지비 정도”다. 들인 시간과 정성에 비해 생산량이 적어서다. 반나절 걸려 완성한 가방이 5만~7만원대, 물통 주머니는 2만원대, 손수건 주머니는 1만원대다. 김씨는 꿈이 크다. “평생 이 일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지구와 친구가 되도록 다리를 놓고 싶다”고 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조문규.임선영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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