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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타뉴스][오래전 ‘이날’] 3월2일 비선실세 중 ‘갑’은 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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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십년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비선실세 중 ‘갑’은 이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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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전경환’ 당시 새마을 본부 회장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전경환씨는 다들 아시다시피 5공 시절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 동생입니다. 전경환씨는 1980년대 초 새마을본부 사무총장을 맡았고, 1985년 회장에 취임했는데요. 이날 기사는 회장 임기 만료로 새마을본부 회장직을 내려놓는 전경환씨의 소회와 이력을 소개합니다. 전형적인 미담입니다. 제목은 “떠나가도 변함없는 새마을 일꾼 돼야죠”인데요. 후임 회장을 선출하는 전국대의원총회가 전경환씨에게 1년 만이라도 회장직을 더 맡아달라며 연임을 요구하는 바람에 4번이나 휴회를 거듭할 정도였다고 소개합니다.

또 1980년 직원 5명으로 출발한 사무국 규모가 7년 뒤에는 1700명으로 늘었고, 새마을금고의 자산 역시 같은 기간 6452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어났다며 이 모두가 전경환씨의 ‘힘든 노력’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외에도, “1년 중 절반 가량을 농촌과 섬마을에서 새마을 일꾼과 지낸 사람”, “잠바 차림에 운동화 복장을 즐기고 넥타이를 불편해하는 새마을 일꾼” 같은 수사들이 등장합니다. 그는 당시 이같은 공(?)을 인정받아 새마을훈장 자립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군부 독재에서 언론 통제가 심했던 시절입니다. 당시 친정부 신문이었던 경향신문으로선 ‘흑역사’의 시기이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이런 ‘수사’들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이해가 안되는 점은 당시 정권의 실세였던 그가 왜 정치판이 아닌 새마을 운동에 뛰어들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형과는 달리 권력에 뜻이 없었던 걸까요? 그에 대한 해답을 유추할 수 있는 사건이 1년 뒤 발생합니다.

전경환씨는 1988년, 새마을본부 73억6000만원 횡령, 새마을신문사 10억원 탈세, 4억1700만원 상당의 각종 이권 개입, 해외 재산 도피 등의 7가지 혐의로 기소됩니다. 검찰에 소환되는 과정에서 한 시민에게 뺨을 얻어맞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1989년 5월 징역7년, 벌금22억원, 추징금 9억원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됩니다. 그에게는 ‘새마을 본부’가 요즘의 ‘미르 재단’ 정도인 셈이었다고 보면 과한 해석일까요?

경향신문

뺨맞는「새마을非理」 88년 3월29일 全斗煥전대통령의 동생인 全敬煥씨가 새마을비리와 관련돼 검찰의 소환을 받고 검찰청사로 들어서는 순간 한시민이 全씨의 뺨을 때리고 있다. 全씨의 구속은 全전대통령의 사전양해아래 이루어졌으나 그이후 5共청산 정국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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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그렇듯 전경환씨는 노태우 정권에서 사면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반적인 비선실세들과 비슷한 행적입니다. 그러나 다른 비선실세들과는 달리 그의 대담함은 정권이 무너진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2004년에는 건설회사 대표를 속여 15억원과 미화 7만달러를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는 종적을 감췄고, 지명수배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2009년에야 비로소 수감됩니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수감 2개월 만에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또 다시 교도소의 문을 나섭니다.

이외에도 이른바 ‘구권화폐사기’ 사건과 그의 딸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납 채굴권 사기’ 사건, 고액의 탈세 등 각종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행적에도, 그에게 주어졌던 ‘새마을훈장 자립장’은, 서훈 취소가 이뤄진 올해 1월까지 무려 30년 동안이나 그의 가슴에 달려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비선실세들 중에서 가히 역대급이라 할만 하지 않을까요?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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