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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삼성 '그룹' 해체… 재계 "부작용 우려되지만 시사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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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삼성 '그룹'이 사라짐에 따라 재계가 삼성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삼성이 미전실 폐지를 골자로 한 쇄신안을 발표한 이후 삼성 서초사옥에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일부터 삼성 계열사들이 독자생존에 들어갔다. 지난 2월 28일부로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됨에 따라 60개 계열사들이 자율경영을 시작한 것이다. 홈페이지, 블로그 등 삼성그룹 이름으로 운영되던 사이트들도 모두 폐지됐다. 사실상 삼성에서 '그룹'이 해체된 것이다.

삼성의 쇄신안에는 미전실 해체를 비롯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미래전략실 산하 팀장 전원 사임 ▲계열사별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자율 경영 ▲대관업무 조직 해체 ▲외부 출연·기부금은 이사회 승인 후 집행 ▲승마협회 파견 임직원 복귀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사임 등이 담겼다.

대관업무를 제외하고 미전실이 맡던 그룹 차원의 업무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이 대신한다. 다만 미전실이 운영될 때와 비교해 업무상 공백과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들이 그룹이라는 우산 아래 누리던 혜택을 모두 상실했다는 의미"라며 "해외 진출에 있어 계열사 간 협력이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중공업 등 경영난에 빠진 계열사들에게는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열사 사이의 중복투자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현안 산적했는데… 부작용 우려

미전실이 해체되면 그 후속 작업은 계열사들이 자율경영체제 속에서 각자 진행하게 된다. 해체와 자율경영체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그룹은 GE와 같은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목표로 제시하며 경영 혁신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작업은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 조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영향 속에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사업회사 인적분할은 진척이 없으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4인 각자 대표 체제인 삼성물산의 경영체계 일원화도 숙제로 남았다.

삼성 '그룹' 해체의 불똥은 취업준비생에게도 튈 전망이다. 그간 삼성은 미전실이 각 계열사에서 인력 수요를 취합하고 공채 인원을 정했는데 최종 인원은 항상 수요보다 많았다. 청년실업 문제에 기여하고자 채용 인원을 일부 늘려온 것이다. 경력직 비중을 줄이고 신입 비중을 늘리거나 지방대 출신 선발 비율, 사회적 약자 배려 등의 가이드라인도 미전실이 제시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신입보다는 경력을, 지방대보다는 명문대 출신을 채용하는 것이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그동안 미전실이 제어해온 채용 시스템이 각 계열사로 넘어가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고 우려를 전했다.

◆정경유착 근절 위한 수업료

당초 미전실은 총수 유고 사태 속에 비상경영체제를 이끌 것으로 관측됐다. 미전실을 중심으로 '현상유지'를 한다는 구상이었다. 실제 미전실 역시 "이 부회장의 무죄 입증이 최우선 과제"라며 해체가 우선순위가 아님을 밝혔었지만 이 부회장의 뜻은 이와 달랐다.

삼성 관계자는 "본인이 구속된 상황에서도 국민과의 약속은 빨리 지켜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확고했다"고 해체 이유를 설명했다.

▲전략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 7개 팀으로 구성된 미전실은 국회와 정부를 상대하는 대관업무도 맡으며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지적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혁신 약속 이행은 강력한 정경유착 근절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며 정경유착 근절이 다수의 부작용보다 중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생겼다. 삼성이 올바른 답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재계는 미전실 해체로 삼성의 경영체제 변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좋던 싫던 변화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삼성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며 "오너 중심의 기업문화가 보편적인 한국에서 삼성의 실험은 다른 기업들에도 시사점이 크다. 삼성이 성공한다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선진경영체제로의 전환이 촉진되겠지만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오너 중심의 기업문화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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