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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케네스 로고프 칼럼] 트럼프가 중국을 괴롭힐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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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후 세계 경제질서를 뒤흔들며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통용되던 리더십·관용 등의 가치를 공격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된 정보에 둘러싸여 있고, 자신이 내뱉는 말들을 진짜라고 믿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혼란스럽고 과격한 모습 이면에 세계화로부터 발을 빼려는 경제논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미국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고, 훗날 미국인들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반(反)세계화 운동이 단순히 소외된 노동자들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란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일례로 일부 경제학자들마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 노동자들의 이권을 해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TPP로 인해 일본이 미국보다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한다는 것이다. TPP를 반대하는 것은 중국이 태평양 권역의 경제 주도권을 잡도록 문을 열어주는 일이 된다.

아마도 토마 피케티의 저서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포퓰리스트들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세계화가 중국, 인도의 수많은 빈곤층을 국제적 기준의 중산층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개인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는 세상이 왔다. 이처럼 아시아의 부흥은 세계를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들었다.

세계화에 대한 포퓰리스트들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미국이 세계화에 집착한 탓에 정치·경제적으로 스스로를 파괴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트럼피즘은 국가가 망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트럼프는 이 상황에서 자신이 무언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목표는 미국의 일자리를 되돌려오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의 지배력을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데까지 닿는다.

'우리의 문제에 집중하자'는 것은 트럼프에게 마법의 주문과 같다. 불행히도 이런 태도로는 미국이 수십 년간 혜택을 입어왔던 세계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잘못 이해하지 말자. 미국은 (세계화에서) 큰 승리를 거둬왔다. 그 어떤 나라도 미국만큼 부유한 곳이 없으며, 미국의 중산층은 국제적 기준에서 보면 아주 잘살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말처럼 덴마크는 살기 좋고 훌륭한 점도 많다. 그러나 덴마크가 상대적으로 (인구 구성이) 동질적이고, 이민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560만 국민으로 구성된 나라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좋든 나쁘든 세계화의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 이를 되돌릴 수 있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중국의 미래, 중국이 세계에서 맡을 역할은 이제 중국 지도자들이 결정한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생각하고 있다면, 중국의 경제·군사적 발전을 늦출 가능성뿐만 아니라 가속시킬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무역 논쟁을 본격적으로 벌이지 않고, 멕시코에만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의 무역과 일자리에 큰 피해를 끼치지 않았음에도 멕시코에 국경장벽 설치비용을 대라면서 마치 멕시코가 미국의 식민지인 것처럼 모욕했다. 미국이 멕시코를 흔드는 것은 분별없는 행동이다. 당분간은 멕시코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반미주의를 자극해 미국에 가까운 멕시코 지도자들을 약화시킬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도 이런 정책을 펼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중국은 수조 달러의 미국 국채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 중국과 무역을 끊으면 미국 내 저가 소매품 가격이 대폭 인상될 것이다. 대만 인도 등 아시아의 수많은 국가도 중국의 공격에 취약하다.

지금은 중국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미국과의 재래식 전쟁에서 패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황은 급격히 변하고 있으며, 중국이 곧 항공모함을 비롯한 각종 첨단 무기를 보유할 수도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없다. 어떤 형태의 승리라도 피해가 너무 클 것이다. 미국은 그보다는 중국과 강도 높은 협상을 벌여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보호하고 북한이란 불량국가를 상대하는 게 맞는다. 트럼프가 늘 강조하는 것처럼 좋은 거래를 하는 방법은 중국과 개방된 무역을 하는 것이지, 파괴적 무역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다.

[프로젝트 신디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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