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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사설] 3·1절조차 촛불과 태극기로 찢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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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맞는 3·1절의 아침이다. 98년 전 오늘 우리 겨레는 나라를 되찾고자 남녀노소 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한목소리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서울, 평양 등 주요 도시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은 총칼을 앞세운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방방곡곡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번졌다.

3·1 만세운동은 제1차대전 이후 세계 식민지 국가에서 일어난 최초의 대규모 독립운동으로, 비록 독립 쟁취까지 이르진 못했으나 그 직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과 나아가 1945년 광복의 발판이 됐던 우리 근대사의 찬연한 발자취다. 우리가 해마다 이날을 국경일로 기리며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모습은 어떠한가. 올해도 곳곳에서 3·1절 기념식을 열고 당시 희생된 순국선열들을 추모하겠지만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는 바람에 예년처럼 세종문화회관 기념식에 참석조차 못하는 딱한 신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온 나라가 촛불과 태극기로 찢겨 처절하게 싸우느라 정작 3·1 정신은 떠올릴 겨를도 없다는 점이다.

양쪽 진영은 특별검사 활동이 어제 종료되고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임박하면서 탄핵 정국의 전환점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저마다 세과시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그동안은 촛불 시위대만 청와대 인근까지 진출했으나 오늘은 태극기 시위대도 같은 경로로 행진할 것이라 한다. 지금껏 치열한 세대결 속에서도 서로 자제했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좌우익이 3·1절 기념식을 따로 치르며 걸핏하면 상대방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해방 공간이 70여년 만에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이유다.

이런 나라꼴을 순국선열들이 지켜본다면 피눈물을 흘리며 통탄해 마지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병에 걸린 정치인들은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에 나가 선동적인 막말들을 쏟아내며 나라의 분열을 경쟁적으로 부추기는 부끄러운 짓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 헌재 판결에 승복하거나 불복하려는 소인배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의 국난을 극복하기는커녕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게 뻔하다. 모든 대선주자와 각 정당은 이제라도 헌재 판결에 대한 무조건 승복을 약속하는 것은 물론 찢긴 나라를 하나로 다시 통합할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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