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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야구 명문고는 왜 대선 주자가 많나…야구 장갑에 아픔 있는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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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무쇠팔' 최동원 돕던 인권 변호사

유승민, 고교시절 야구 보러 1박2일 가출

이재명, 야구 글러브 만들다 팔 다쳐 장애 판정

경기고ㆍ경남고ㆍ경북고ㆍ부산고ㆍ성남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내로라하는 지역의 대표 고교이자 야구 명문고라는 게 이들 학교의 공통점이다. 중앙일보가 해마다 주최하는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성적만 놓고 보면 부산고가 단연 으뜸이다. 50년 전통의 대회에서 우승을 6회, 준우승을 2회 했다. 최근에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 못하지만 경북고도 5회 우승을 했다. 경남고ㆍ성남고ㆍ경기고는 각각 준우승을 5ㆍ4ㆍ2회 했다. 전통의 명문이지만 대통령배를 직접 들어올리지는 못한 것이다.

이들 고등학교의 또 다른 공통점을 찾는다면 이번 대선에 출마 채비를 하는 유력 주자들이 나온 학교라는 점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남고(25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부산고(33회),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경북고(57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경기고(72회)를 각각 졸업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졸업을 하지는 못했지만 성남고를 다니다가 자퇴했다.

역대 대통령도 야구 명문고 출신이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상고(현 개성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목포상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경남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경북고, 최규하 전 대통령이 경기고를 나왔다.

왜 이렇게 야구 명문고 출신의 걸출한 정치인이 많을까. 일각에선 일제 강점기의 아픈 기억에서 그 연원을 찾기도 한다. 일제가 지역 명문고 야구부를 활성화시켰고 그러다 보니 공부도 잘하고 야구도 잘하는 학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매년 여름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여전히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일본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일제 시절 명문고 출신 학생들이 항일운동에 상당수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해석은 단편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1919년 3ㆍ1 운동 당시 경북중ㆍ고 재학생 230명 중 200명이 독립운동에 나섰다는 게 경북중ㆍ고 총동창회 측의 설명이다.

대선 주자들이 단순히 야구 명문고를 졸업하기만 한 건 아니다. 저마다 야구와의 인연이 있다.

중앙일보

문재인 전 대표




문재인 전 대표는 부산 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고(故) 최동원 선수와 인연이 있다. 최 선수가 1988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하며 구단 측과 갈등을 겪을 때 최 선수 곁에 섰던 사람이 바로 문 전 대표였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부산 지역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문 전 대표가 최 선수를 도왔던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부산 촛불집회에서 “최동원 선수가 선수 노조를 만드려고 했다. 선수노조가 안 되면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라도 만드려고 노력하다가 삼성으로 쫓겨가고 핍박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스스로 야구도 잘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고양원더스를 이끌던 김성근 감독을 찾아갔을 때 “동네야구 4번 타자 출신”이라며 “대학(경희대) 시절에도 야구 선수로 뛰었고, 사법연수원 시절 4번 타자였다”고 회고했다.

이런 야구와의 인연 때문인지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 타이거즈)를 최정상에 올려 놓았던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중앙일보

유승민 의원(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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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의원도 야구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경북고 재학 시절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리는 경북고 경기를 보기 위해 무작정 상경을 감행했다고 한다. 비록 1박2일에 그쳤지만 야구를 위한 ‘가출’이었던 것이다.

대선 주자 중엔 야구와 관련된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도 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ㆍ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이재명 성남시장은 여느 소년들이 고등학교를 다녀야 할 17살에 야구 글러브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프레스 기계 작업을 하던 이 시장은 손목관절이 으깨졌고 이 때의 사고로 6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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