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붕괴]수학교육 20년 변천사
2007 개정에서는 7차에서 지향한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을 폐지하는 대신 ‘학교별 다양한 수준별 수업’을 내세웠다. 학습량을 줄이고 난도를 낮춘다며 심화과정을 다수 삭제했다. 2009 개정에서는 전체 분량에서 다시 20%를 축소했다. 방정식, 경우의 수 등 초등 교과 내용 상당수가 중학교로 상향 이동했고, 근삿값 등 중학교 단원 상당수가 삭제됐다. 집합과 명제, 증명은 고교로 상향 이동했다. 수학Ⅰ에서는 그래프와 행렬이 사라졌다.
수학 수업 시간도 줄었다. 교육부는 2009 개정에서 편중 교육을 막겠다며 국영수 등 기초교과영역에 할당하는 수업 시간이 전체 수업 시간의 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2015 개정에서는 국영수 외에도 한국사가 기초교과영역에 편입되기 때문에 수학 수업 시간은 더욱 줄 수밖에 없다. 중학교에서도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서 수학 수업 시수가 줄었다.
내년부터 중고교에 적용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고교의 기하와 벡터가 ‘기하’로 바뀌고 공간벡터가 심화과목으로 이동한다. 연립일차방정식, 부등식의 일부 내용은 삭제됐다. 중학교 과정에서는 도수분포표 일부 및 등식의 변형 등이 삭제됐다. 이차함수의 일부는 고1로 이동했다.
과목도 다양하게 분화했다. 문·이과 모두 고1 때 ‘수학’이라는 공통과목을 배운 뒤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일반선택 영역에서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확률과 통계 △진로선택 영역에서 실용수학, 기하, 경제수학, 수학과제 탐구 등을 개설해 학생의 선택 폭을 넓혔다.
이처럼 3년이 멀다 하고 교육과정을 이리저리 바꿨지만 결과적으로 사교육은 줄지 않고 수학 붕괴 문제는 심화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평가를 그대로 두고 교육과정만 왔다 갔다 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고 정책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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