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특별기고] "위기의 한국경제, 강한 특허전략으로 돌파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수년간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해운.조선 산업의 붕괴뿐만 아니라 휴대폰,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고 중소기업 도산과 서비스업 불황으로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다.

4차산업 혁명의 높은 파도가 다가오는 중에 한국경제는 찢어진 돛을 달고 나침판 없는 항해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1980년대 미국은 기술경쟁력 하락과 경기 침체라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시장엔 일본 제품이 범람하고 맨하탄의 빌딩들은 일본 자본에 넘어갔으며, 재정.무역적자 누적으로 위기에 몰렸다. 레이건 행정부의 승부수는 '강한 특허(Pro-Patent)' 전략이었다. 특허청의 위상을 강화하고, 통상법 슈퍼 301조로 지식재산권 보호가 미흡한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보복조치를 하였다. 또한 미생물, 소프트웨어 등으로 특허보호 대상을 확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강한 특허' 정책의 결과로 90년대부터 IT기술 발전과 벤처창업이 활성화 되었으며, 미국 경제는 부활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의 끝 무렵인 2000년 초에 자국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자성을 통해, '과학기술입국' 정책을 버리고 '지식재산입국' 전략을 선포한다. 2002년에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총리 직속으로 지식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하여 범국가적인 지식재산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5년 일본지식재산고등재판소를 설립하였고, 일본 특허의 무효율을 대폭 하락시키면서 일본판 '강한특허' 전략을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일본 역시 강한 특허 전략의 결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장기침체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고 최근 아베노믹스와 함께 경기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산업기술 정책은 70년대 이래 오랫동안 추격형 전략이었다. 외국의 기술을 개량하거나 수입 대체 기술을 개발하여 국산화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기술 선도기업 보다는 유사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는 후발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약한 특허' 정책을 폈다. 이런 특허정책이 국내 기술 수준이 낮았을 때에는 효과적인 경제발전 전략이었으나 국내 기업의 기술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일례로, 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이 보통 5천만원에 불과할 만큼 특허 보호가 약한 상황이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다른 기업의 기술이 필요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베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송이 제기되어 패소해도 기술을 매입하는 것보다 싸기 때문이다. 이는 혁신 생태계를 파괴하여 기술투자를 막고, 기술개발은 물론 창업의지까지 꺽고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변혁을 맞이하는 지금, 한국경제는 강한 특허 전략으로 전환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첫째, 강력한 지식재산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전담부처가 필요하다. 현재의 특허청은 전문가 집단이기는 하지만 집행 성격의 외청이라 지식재산권을 중요한 경제정책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지식재산부로 확대개편하고 지식재산비서관도 신설해야 한다. 둘째, 지식재산권 관련 사법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특허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특허사건 대리인의 전문성 제고 등 특허를 강력히 보호할 수 있는 사법체계의 확립이 절실하다. 셋째, 국가적인 지식재산 인력양성과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창업벤처들은 기술창업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지식재산권 정책 지원은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다. 지방 5대 도시에도 지식재산 인력과 정책 지원이 가능한 거점 조직과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지방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위기는 항상 있어왔고 우리는 역사 속에서 지혜를 얻어 극복해왔다. 경제위기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해법은 강한 특허 전략이었고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2017년 위기의 한국 경제에 '강한 특허' 전략을 제시한다. 이를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든 그것은 다음 정부의 책임이 될 것이다.

최동주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