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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수)

움츠러든 VR 시장… 18禁 ‘성인용 콘텐츠’가 이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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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가상현실(VR) 시장이 2017년들어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고성능 VR HMD(가상현실 헤드셋)의 비싼 가격과 더불어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시장 확산과 보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다양한 콘텐츠가 활발하게 공급 및 유통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성인들을 위한 '성인용 VR 콘텐츠'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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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구글의 '카드보드'에 기반한 스마트폰 VR 시장이 열린 이후로 이미 음지에서는 수많은 성인용 VR 영상 콘텐츠가 제작 및 배포되고 있었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HTV 바이브' 등 고성능 VR HMD 제품들이 등장하자 성인용 VR 콘텐츠 시장도 진일보했다. 일본의 한 유명 성인용 게임 개발사가 VR 대응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세계 각지의 IT 매체에서 중요한 뉴스로 다룰 정도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현재 성인용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성인용 VR 콘텐츠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성인용 콘텐츠 제작사들도 최신 VR 기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VR 대응 콘텐츠를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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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일본의 한 유명 성인용 영상물 제작사는 최근 도쿄 아키하바라에 자사의 VR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성인용 VR방'을 개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래방처럼 일정 요금만 지불하면 1시간부터 최장 12시간까지 이 회사가 제작한 성인용 VR 콘텐츠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최신 VR HMD 제품으로 맘껏(?) 즐길 수 있다.

사실 현재의 VR 기술은 각종 성인용 콘텐츠에 가장 최적화된 플랫폼 중 하나다. 기존의 TV나 모니터와 달리 현재 상용화된 VR 기기들은 사용자만 볼 수 있는 1인용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다른 사람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은밀하고 조용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영상물에 비해 더욱 뛰어난 입체감과 현실감, 몰입감을 선사하는 VR 기술은 더욱 자극적(?)인 면을 강조하는 성인용 콘텐츠의 특성에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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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콘텐츠가 최신 플랫폼이나 하드웨어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한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 1970년대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시장에서 소니의 '베타맥스' 대신 JVC의 'VHS' 방식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당시 '베타맥스' 방식은 테이프의 크기가 작고 화질도 더욱 뛰어났다. 그러나 소니 특유의 폐쇄성에 짧은 녹화/재생 시간,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소니는 성인용 영상물 제작을 베타맥스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반면 VHS는 다소 화질은 떨어지고 부피도 컸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긴 녹화 및 재생시간이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아무 제한 없이 기술 및 표준을 공개한 결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VHS 방식의 성인용 영상물이 대거 쏟아져나왔다. 결국 배타맥스는 방송 분야를 제외한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VHS에 완전히 밀려버렸다.

이후 소니는 2000년대 들어 블루레이 시대에 이를 역으로 활용했다. 일본을 제외한 해외에서 블루레이 성인용 영상물 제작 및 판매를 허용한 것이다. 이는 블루레이가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HD DVD'를 누르고 차세대 광미디어 시장을 차지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지금도 세계적인 하드디스크(HDD) 제조사인 씨게이트(Seagate)의 전 CEO 빌 왓킨슨은 2006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더 많은 성인용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비록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지겠만, 다양한 과거 사례를 보면 활성화되고 있는 '성인용 VR' 시장이 콘텐츠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전체 VR 시장과 하드웨어, 콘텐츠 부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IT조선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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