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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토요플러스] '표심 잡을 한 마디' 대선 메시지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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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는 조기 대선 가능성 때문에 대선 주자들이 일찌감치 바빠졌죠. 하루에 몇 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요. 현장을 옮길 때마다 던지는 말로 유권자들을 사로잡기도 하고 반대로 비난을 사기도 합니다. 오늘(25일) 토요플러스에선 대선 주자들의 말, 그러니까 메시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취재했습니다.

이희정, 박병현 기자입니다.

[기자]

이번주 정치권은 몇 개의 키워드가 덮어버렸습니다.

먼저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른바 '선의' 발언이 시작이었습니다.

[안희정/충남도지사 (지난 19일) :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우리, 없는 사람들과 국민을 위해서 좋은 정치 하시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문재인 전 대표는 곧바로 '분노'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문재인/민주당 전 대표 (지난 20일) : 안 지사의 말속에 분노가 빠져 있습니다. 분노는 정의의 출발입니다.]

결국 안 지사는 정면돌파를 포기하고 이틀 만에 사과했습니다.

이런 지지율 악재를 피하기 위해 각 캠프는 메시지를 관리합니다.

매일 쏟아지는 주자들의 메시지 중 핵심적인 건 캠프가 통째로 고민한 결과물인 겁니다.

문 전 대표가 김정남 피살에 대한 입장을 강화하는 과정에도 캠프 차원의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문재인/민주당 전 대표 (지난 19일) : 만약 정말 북한의 지령에 의한 그런 정치적 암살이라면…]

[문재인/민주당 전 대표 (지난 22일) : 김정남 피살은 북한이 저지른 정말 패륜적인 범죄 행위입니다.]

이 사이에 안보관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된 겁니다.

[예종석/문재인 캠프 홍보본부장 : 왜곡되고 또 폄훼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자산들을 소상하고 진실되게 국민에게 알려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메시지 작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자의 생각입니다.

[김진욱/안희정 캠프 공보특보 : (안희정 지사는) 한국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거대 담론 위주의 말씀을 좋아하시고…]

[안희정/충남도지사 (지난 23일) :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아니면 과반을 넘는 소수파 연합이든 좀 더 높은 수준의 협치 구조를 만듦으로써…]

다만 '선의 발언 논란' 이후 캠프는 오해를 살 만한 단어 사용은 줄이자고 건의했습니다.

직설화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도 최근엔 발언수위 조절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제윤경/이재명 캠프 대변인 : 분노 표출보다는 대통령 후보로써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안정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

[이재명/성남시장 : 그동안 제가 한 말들이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거예요. 국가경영을 맡길 만한 듬직하고 안정된 사람이란 실력, 본질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주자가 내놓은 메시지의 반응을 챙기는 것도 캠프의 역할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경제 관련 메시지에 수치로 제시해보자,

[안철수/국민의당 전 대표 (지난 21일) : (대기업과 중소기업 평균 연봉이) 1500만원 정도 격차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초임을 대기업 80%수준에 맞추려면 연 600만원 정도…]

캠프는 바로 자체 평가에 돌입합니다.

[안철수 캠프 회의 : 중소기업 프론텍 방문했는데, 일할 직원을 구하지 못해서 고민하는 사장님의 말씀이신데요. (언론에 잘 나왔나요?) 잘 나왔어요. 느낌도 괜찮았습니다.]

캠프가 이런 작업으로 노리는 건 후보에게 필요한 이미지를 강화하는 겁니다.

[유승민 캠프 회의 : 원래 '유승민' 하면 사드인데 (유 의원이) 전문가시니까. 안보가 국민이 불안해하는 부분이니까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최근 메시지엔 이런 고민이 녹아있는 겁니다.

[유승민/바른정당 의원 (지난 16일) :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관련해서 그동안 여러 차례 애매한 말로 사실상 반대를 해왔습니다.]

이렇게 선보였던 메시지들을 본선용으로 축약한 게 바로 선거 슬로건입니다.

주자의 비전을 단 한줄로 각인시키는 정치수사학의 정점입니다.

[(기억나는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

[(기억나는 슬로건은?) 준비된 대통령]

그럼 탄핵정국 이후 치러질 올해 대선에선 어떤 키워드가 슬로건의 중심을 꿰찰까.

전문가들은 '변화'라고 전망합니다.

[정철/카피라이터 : '그 다음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데?'라고 국민이 물을 거라는 얘기죠. 그거에 답해주는, 그 대답이 슬로건이 되지 않을까…]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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