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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회사의 실질적 지시 받는 지입차주는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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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지입차주들 진정에 원청·하청 화물업체 시정권고

“일지 작성·차량 열쇠 반납 등으로 볼 때 인적·경제적 종속”

국가인권위원회가 회사로부터 직접 근로지시를 받는 지입차 운전자들을 근로자로 인정·보호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밝혔다.

지입차는 실소유주가 화물차 운전자이지만 운송사업체와 실소유주 간의 지입계약을 통해 서류상으로는 운송사업체 명의가 되는 화물차량을 뜻한다.

인권위는 24일 “업무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자와 똑같이 일했으나 형식상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휴가·수당·퇴직금 등을 주지 않고 마음대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화물 지입차주들이 낸 진정을 받아들여 효성그룹 계열사인 ㄱ사와 이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화물업체 ㄴ사에 시정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지입차주들은 ㄴ사와 차량 지입계약과 현금수송 위탁계약을 맺었으나 실질적으로 ㄱ사 소속 직원들의 상시적인 지시를 받으며 운전 업무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매주 평일 오전 8시30분에 ㄱ사의 지역사무소로 출근해 오후 6시30분 퇴근할 때까지 차량에 동승한 ㄱ사 직원의 지시를 받아 ㄱ사 소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현금을 수송하는 일을 했다.

출퇴근 시에는 지역사무소 출입문 지문인식기에 체크해야 했고, 매일 이동거리와 연장근로시간 등이 기재된 운송일지를 작성했다.

지입차주들은 “화물차량을 출퇴근용으로는 사용하지 못했고 퇴근할 때는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차량 열쇠를 지역사무소장에게 반납해야 했다”며 “차량과 지입차주들의 상의에는 ㄱ사의 로고가 부착됐다”고 주장했다.

지입차주들의 진정에 맞서 ㄱ사는 인권위에 “ㄴ사에 현금수송업무를 위탁했을 뿐 지입차주들과는 아무 계약관계가 없으므로 인권위 차별시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ㄴ사도 “지입차주들이 개별사업자이고 그들과 고용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권위 조사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근로자성 인정은 형식적 도급계약이 아니라 실질적 측면에서 인적·경제적 종속성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면서 “진정인들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의 지정 뿐 아니라 작업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고 대리기사 이용 여부를 자유로이 결정할 수 없다는 면에서 인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ㄴ사에 향후 지입차주와 계약 시 해고금지, 연차휴가 보장, 노동 3권 보장 등을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ㄱ사에는 ㄴ사가 이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도록 협조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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