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세이준 감독 93세로 별세
‘동경 방랑자’‘살인의 낙인’등
기괴한 영상에 폭력의 미학 녹여
스즈키 세이준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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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은 22일 영화사 닛카츠의 발표를 인용해, 스즈키 감독이 고령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1923년 도쿄에서 태어난 스즈키 감독은 56년 영화 ‘바다의 순정’으로 데뷔했다. 주로 범죄를 다룬 액션 오락 영화를 만들었으며, 코미디·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악마의 거리’(1956) ‘8시간의 공포’(1957) ‘관동무숙’(1963) ‘육체의 문’(1964) ‘동경 방랑자’(1966) ‘살인의 낙인’(1967) ‘지고이네르바이젠’(1980)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지고이네르바이젠’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영화제에서 91년 공로상을 받았다.
스즈키 감독에겐 ‘폭력 미학의 거장’ ‘일본 누벨바그(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영화운동)의 선구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단출한 시나리오와 기발한 설정에 기반한 저예산 B급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폭력과 유머의 교묘한 조화, 관습을 파괴하는 기괴한 스타일, 독특한 색채 감각 등이 그의 장기였다.
그의 영화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명감독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쿠엔틴 타란티노, 데이비드 린치, 왕자웨이(王家衛), 우위썬(吳宇森) 등이 스즈키 감독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찬욱·김지운·류승완 등의 감독도 그의 팬이다.
‘천국보다 낯선’(1984)으로 유명한 짐 자무시 감독은 ‘고스트 독’(1999)에서 ‘살인의 낙인’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킬러가 세면대 배수관을 통해 총을 발사하는 기상천외한 살해 장면이다. 고독한 총잡이가 등장하는 ‘동경 방랑자’의 정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곳곳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 7관왕을 휩쓴 ‘라라랜드’의 다미엔 차젤레 감독 역시 ‘동경 방랑자’의 독특한 색감과 카메라 앵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촬영 현장에서 기인으로 통했던 스즈키 감독은 즉석에서 각본을 바꾸는 등 돌발 행동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65년 만든 ‘작부 이야기’는 중·일전쟁 당시 위안부를 소재로 해 거센 논란을 낳았다. 67년에는 영화사에서 해고되는 사건으로 동료 영화인들이 공동 투쟁에 나서 법정 공방을 벌였으며, 그 뒤로 10년 동안 영화계를 떠났다.
오다기리 조, 장쯔이 주연의 유작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포스터. |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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