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양재혁의 바이오톡톡]유전자분석, 대형병원만 하라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정부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패널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지난 1월 9일 공고후 2월 8일 고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유전자 빅데이터에 기반한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으로 받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고가의 항암제 사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는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희귀성난치성질환을 4대 중증질환으로 지정하고 고가 항암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차원에서 표적치료제 항암요법을 지원하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기반 암패널을 건강보험급여로 적용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이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에서 생물정보학 분석(bioinformatics analysis)은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과정이다. 생물정보학 분석을 하려면 생명정보 데이터베이스와 대규모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국내에서 대형병원 몇 곳에 불과하다. 반면 유전체 분석기업들은 지난 2005년부터 10년 넘게 이 분야에 대해 투자하며 임상시험을 진행했기 때문에 조금 더 원활하게 분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고시는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에 요양기관(의료기관)만 수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전자검사기관으로 지정 받은 기업조차도 수탁을 할 수가 없다. 정부의 유전자검사 정확도 평가업무 위탁기관인 (재)유전자검사평가원의 평가를 통해 인정받은 유전체분석기업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번 고시가 유전체분석기업의 연구개발능력과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디엔에이 넥서스(DNA Nexus)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 생물정보학 분석전문기업이 NGS 기반 임상검사를 위한 생물정보학 분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돼 있다. 비의료기관의 참여를 차단하는 국내와 대조적이다.

이번 고시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안법)과 충돌하는 것도 문제다. 생안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의뢰를 받은 경우' 유전자분석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유전자검사 시설과 전문인력이 없는 의료기관도 외부 유전자검사기관을 통해 검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고시로 그 기회가 모두 차단돼 버렸다.

더구나 생안법은 질병과 무관한 46개 유전자에 대해 개인이 직접 유전자분석기관에 분석을 의뢰할 수 있도록 개정됐는데 이번 고시는 이런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정부는 4122억원 규모의 '포스트 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개발 및 사업화라는 과제로 4년간 5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유전제분석분야의 연구개발을 통해서 산업화까지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정부 정책의 통일성에도 반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을 갖게 된다.

정부는 이번 고시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유전체 분석업체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유전자검사기관으로 인정받은 기업들이 유전자검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면 유전자검사평가원의 평가를 통해서 인증된 기업에 한해서는 최소한 수탁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BIO@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