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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농작물 피해' 고라니 포획만이 최선?…"공존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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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 '하루 11마리' 작년 4천186마리 고라니 포획

(서산=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4천186마리. 충남 서산시가 지난해 공식적으로 밝힌 고라니 포획 마릿수다. 하루에 11마리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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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남대천 건너는 고라니[연합뉴스 자료사진]



22일 서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봄 고라니 출산기와 농작물 수확철인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전문 엽사들로 구성된 야생생물관리협회 20여명이 2천971마리를 포획했다. 그 외 기간에 1천215마리를 잡았다.

서산시 인접 시·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태안군은 3천760마리, 당진시는 2천500마리의 고라니를 포획하고 마리당 2만∼3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서산에서도 마리당 2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고, 올해 역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6천만원의 보상금을 예산에 책정했다.

서산에서 4천여마리의 고라니를 포획한 것은 '고라니 개체 수 조사 용역'에 따른 것이다.

2015년 서산시 의뢰를 받은 경남미래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서산지역 고라니 수는 1만2천740마리(17.2마리/㎢)로 추정됐다. 적정 개체 수는 8천890마리(12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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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를 토대로 연간 포획이 가능한 고라니 수를 3천850마리로 추정했다.

서산은 산과 구릉지가 적지 않은 데다 벼농사를 하는 간척지(AB 지구)가 있어 고라니 서식에 좋은 환경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2013년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에서도 고라니 개체 수는 ㎢당 전국 6.9마리, 충남도 9.8마리였으나 서산은 13.3마리였다.

서산시는 4천마리를 포획해도 고라니 암컷이 연간 1∼3마리를 생산할 수 있는 만큼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 관계자는 밀렵, 자연사, 로드킬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라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산시 환경생태과에 지난해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 신고 건수만 120건 정도에 달하고 있다. 도로과에서도 한 달에 60∼70건 정도의 로드킬 신고 건수 등을 고려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라니 피해는 연간 1천건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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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포획 근거로 제출된 고라니 꼬리들
[서산시 제공=연합뉴스]



환경단체는 고라니 포획 때 꼬리를 잘라 제출하는 절차와 사후처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엽사들은 고라니를 잡으면 사진을 찍고 꼬리를 잘라 관련 부서에 제출해 보상근거로 삼는다. 한때는 귀를 잘라 제출하기도 했으나 귀가 두 개인 점과 잔인성 등이 문제가 돼 지금은 대부분 꼬리를 잘라 입증한다.

제출한 꼬리는 재활용하지 못하게 색채 스프레이를 뿌려 폐기한다.

잡은 고라니는 자가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 고라니를 잡은 엽사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소각하거나 폐기물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집중포획 기간에 3명이 한팀으로 구성된 전문엽사팀이 대부분 하루에 10여마리 이상을 잡아 자가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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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로 엮에 제출된 고라니 꼬리
[서산시 제공=연합뉴스]



고기나 뼈를 원하는 주민에게 주는 등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산시 야생생물관리협회 한 관계자는 "포획 기간에 애써 기른 농작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오면 팀을 꾸려 현장에 나가 고라니를 잡는다"며 "행정기관에서 포획 근거로 꼬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은 뒤 꼬리만 떼 제출하고 나머지는 적법하게 처리하도록 협회 차원에서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환 동물병원 원장은 "농작물 피해를 과다하게 허위신고해 엽사들이 고라니를 잡으러 나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사후처리 등에 대해서도 검증이 부족하다"며 "정확한 통계수치를 근거로 고라니를 잡아야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유해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마구잡이 포획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냥만이 해결책이라는 원시적인 방법 말고 사람과 고라니가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산시 환경생태과 관계자는 "애써 기른 농작물이 고라니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에 고라니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보상금제를 해 해마다 일정 수를 포획하고 있다"며 "포획이나 사후 처리 과정이 적법하게 될 수 있도록 지도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해동물이라는 이유로 고라니를 포획하는 데 대한 논란은 서산 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인 만큼 정부가 나서 좀 더 지혜롭고 명확한 지침과 대안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소목 사슴과의 고라니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중국 중동부에서만 서식한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적색 목록에 '취약'으로 지정했으나, 한국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돼 있지는 않다.

min36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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