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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그날 우리 집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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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퀸스의 한 아파트에 사는 제랄딘 버틀러(87)는 그때 문을 열어주지 않아야 했다고 요즘도 자책하곤 한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버틀러는 전날 현관 앞에 선 한 남성을 발견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갔다가 남성과 마주쳤다.

“혹시 집에 발코니(balcony)가 있나요?”

그는 불쑥 이렇게 물었다.

당장 버틀러는 알아듣지 못했다. 한 번 더 같은 질문을 던진 남성은 정중하면서도 단호히(?) 버틀러를 옆으로 비켜서게 하더니 당당히 집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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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퀸즈의 한 아파트에 사는 제랄딘 버틀러(87)가 이웃 주민인 남성이 투신한 발코니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남성은 버틀러 집의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삶을 마쳤다. 할머니는 당시 문을 열어주지 않아야 했다고 자책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미국 뉴욕포스트 캡처.


이렇게 남성은 거실까지 지나쳤다. 버틀러는 여전히 어떤 영문인지 모르는 채 서 있었다.

이내 남성을 집안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뒤따라 집안으로 들어선 버틀러는 어디 쯤엔가 서있겠거니 했던 남성이 사라지자 몹시 당황했다.

버틀러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그 남성은 이 할머니가 사는 아파트 12층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버틀러가 내려다봤을 때는 한참 늦은 뒤였다. 즉사한 남성 주위로 이웃들이 몰려들었다.

버틀러는 뉴욕포스트에 “정말 당황했다”며 “그 사람은 뭔가 할 일을 급하게 찾는 것 같았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남성의 이름은 브라이언 스웨어링. 올해 23살로 이웃 주민이었다. 우울증에 시달려 약을 복용해온 것으로 밝혀졌으나, 어째서 버틀러의 발코니를 생을 마감하는 장소로 선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스웨어링은 버틀러의 집에 들어오기 전 이웃집 현관도 두드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틀러는 “그 사람 인생에서 뭔가 잘못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세상에 남은 그의 가족에게도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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