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30 (월)

日정부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폭력의 피해자들 말못한 상처도… "이야기해주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인디 여성뮤지션 16명,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위한 첫 앨범 발매

HanKookI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앨범 ‘이야기해주세요’ 제작을 주도한 가수 황보령, 송은지, 정현서씨.(왼쪽부터) /류효진기자 ksnight@hk.co.kr


송은지·황보령·이상은 등 포크·록·레게 등 장르 다양
집단의 폭력과 억압에 상처받은 모든 여성 이야기 무거운 주제로 희망적 노래
수익금 할머니들 위해 쓸 것 12일 콘서트… 문화행사도


"할머니들이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일본 정부에 죄송하다고 '이야기해주세요'라는 의미도 있고, 상처를 지닌 사람이 여태 말하지 못했다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라는 말도 될 수 있겠지요."(송은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무하고 폭력과 억압에 상처 받은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13명의 솔로 가수 그리고 두 팀의 밴드가 모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국내 첫 옴니버스 앨범 '이야기해주세요'를 지난달 28일 냈다. 혼성 듀오 투명의 민경준을 제외한 16명의 음악인은 모두 여성들이다.

앨범 제작을 주도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멤버 송은지(33)와 밴드 '황보령=SmackSoft'의 황보령(42), 투명의 정현서(40)를 최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짧게는 데뷔 7년, 길게는 14년인 이들은 인디 음악계에서 이미 재능을 인정 받은 실력파들이다. 송은지는 "2006년 소히, 정민아와 함께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모임을 만들어 1년쯤 이어가다 흐지부지됐는데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여름 앨범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은지는 '여성의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할머니들에 대한 노래'라는 취지로 주위 음악인들에게 "어떤 곡이라도 좋으니 한 곡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제안을 받은 황보령 이상은 한희정 남상아 오지은 시와 소히 강허달림 지현 정민아 휘루 트램폴린 그리고 투명과 무키무키만만수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이미 발표한 이상은의 '성녀'와 투명의 'Stero', 강허달림의 '레드마리아'에 13곡이 추가됐다.

앨범에 담긴 곡은 포크, 록, 레게, 일렉트로닉,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각기 다른 화법으로 '여성'이라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각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머릿곡은 '끊이지 않는 비극/ 너와 나의 무관심을 노래해 줘'라고 이야기하는 한희정의 '이 노래를 부탁해'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리포트를 쓰며 뒤늦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알게 됐다는 황보령은 비단(緋緞)의 의미와 '슬픈 제단'(悲壇)의 뜻을 더한 '비단'을 썼다. 정현서는 투명의 일원으로 두 곡을 앨범에 실었다. 일본어로 '버려라'는 뜻인 '捨てろ'의 영어 표기 'Stero'와 "2010년 할머니와 동료 음악인 달빛요정만루홈런(이진원)를 연이어 떠나 보내고 만들었다"는 'Way to the Light'이다. 소히는 학창시절 버스 안에서 겪은 폭력의 상처를 담담히 써내려 갔고, 오지은은 노동운동가 김진숙을 떠올리며 노래를 만들었다. 정민아는 집단에 짓밟힌 개인의 삶을 '바다의 작은 물고기'에 빗댔다.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앨범에 담긴 노래는 희망적이다. 황보령은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담자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송은지는 "여성들의 삶을 담았다고 해서 반드시 여성주의적인 음악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앨범 제작비는 지난 4월 세 차례에 걸친 공연 수익금과 후원으로 감당했다. 앨범 판매 수익금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쓸 계획이다. 공연도 준비 중이다. '전쟁평화여성 문화행동 시민위원회'가 10~14일 서울 용산아트홀에서 여는 문화행사 '이야기해주세요'의 셋째 날에 콘서트를 연다. 송은지는 "음반 들고 할머니들께 찾아갈 것"이라며 "남성 음악인을 다수 포함한 앨범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