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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한국경제, ‘불확실성 늪’에 빠져들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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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연구기관 한 목소리 우려

트럼프 정책·미-중 통상마찰 등

혼돈·급변으로 불확실성 심화

금융연구원장 “중국·달러화 변수”

시장 일각에서는 ‘4월, 7월 위기설’도



한겨레

흔히 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와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라고 한다. 주요국 주식시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아직 상승하고 있지만, 정책당국과 경제연구기관·학계 모두 우리 경제 안팎에 ‘불확실성 충격’이 엄습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과 혼선, 미-중 통상마찰 심화 등 정치경제적 혼돈과 급변이 ‘불확실성 시대’의 실체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불확실성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사전에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고, 시장의 예측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므로 다양한 관점에서의 정보 획득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 “걱정 1위는 정책 불확실성” 지난 10일 서울 서강대에서 열린 ‘2017 경제학공동학술대회’ 둘째날 전체회의 주제는 ‘국내외 불확실성 확산과 한국경제’였다. 기조연설에 나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책당국의 걱정 1번은 항상 ‘불확실성’이다. 최근 대두하는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정책적으로 위태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실물경제 부문의 주제발표를 맡은 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각국의 성장률 예측이 거의 다 빗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그만큼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부문의 불확실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진단도 제출됐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우리 경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불확실성 넘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동향보다는 여러 경제적 문제를 억누른 채 해결을 지연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향배, 그리고 예측이 곤란한 달러화 가치 향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계부채 한계가구가 34만여 가구에 이르는데, 금리인상으로 10만 가구 정도가 파산 지경에 이르면 정책당국이 대응할 정책 수단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일호 부총리도 “가계부채가 (소득 대비 부채비율 등) 질적으로는 감당할 수 있다해도 부채 규모 자체가 워낙 커서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과 변동성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불확실성 함정” 12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한국경제, 불확실성 함정에 빠지다’ 보고서를 보면, 최근 우리나라 국내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2012년 유로존 위기가 터지면서 약 200포인트에 달했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2014년 57포인트까지 낮아졌으나 국내 산업구조조정 확대 및 지연,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지난해 12월 389포인트(추정치)까지 수직 급등했다.

대내외 경제정책 불확실성도 크게 높아졌다. 우리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 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87포인트,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52포인트를 기록했다가 그후 지속 하락해 2015년 20포인트대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 다시 48포인트로 치솟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활동이 저하된 상태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져 소비와 투자가 위축·지연되는 ‘불확실성 함정’에 한국 경제가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지수가 과거 유럽 재정위기 수준을 넘어섰을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 “과거 불확실성과 달라” 최근의 불확실성은 “국내외 정치가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점에서 기존의 불확실성과 양상이 다르다. 신 원장은 “미국 트럼프, 중국 시진핑, 일본 아베를 위시한 ‘스트롱맨 시대’가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부양책으로 일시적 성장을 보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저조한 성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미국 경제 회복조차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이 또 다른 불확실성과 혼돈 증폭의 요인이라는 얘기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트럼프가 감세·규제완화를 계속 밀고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지금 환호하고 있는 월스트리트도 곧 시큰둥해지는 국면에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도 “제조업 중심의 트럼프 경제정책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하면서 경제를 더 나빠지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금융시장 일각에서도 이른바 ‘4월, 7월 위기설’이 간간이 출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4월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4400억원) 상환을 못하면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돌입할 가능성, 그리고 미국 재무부가 4월에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우려가 부각되면서 ‘4월 위기’가 임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7월 위기설은 구제금융을 받아 연명 중인 그리스가 채무 연장에 성공하지 못하고 국가부도(디폴트)에 빠져들 것이라는 게 진원지다. 한국 경제 안팎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증폭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위기설이 조금씩 번지는 양상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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