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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공유의 ‘도깨비 칼’ … 중국 한한령도 뚫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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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송 막아도 ‘어둠의 경로’ 시청

가슴에 칼 합성 ‘도깨비 놀이’ 유행

인기 연예인들도 흉내 인증샷 올려

포털 사이트 ‘공유’ 관련 글 20만 건

정치가 장막 쳐도 문화 흐름 못 막아

중국 정부도 도깨비를 막지 못했다. TV 드라마 ‘도깨비’ 얘기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대한 보복조치로 한류 콘텐트의 공식 유통을 금지한 한한령(限韓令)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도깨비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국내에선 종영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중국에서의 열기는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력이 빗장을 채워도 문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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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주인공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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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점은 도깨비 열풍이 합법적 경로가 아니라 ‘어둠의 경로’를 통해 확산됐다는 것이다. 한한령으로 TV 전파를 타지도 못했고, 4억70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대신 국내에서 방영되기가 무섭게 네티즌들이 자막을 입혀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에 올리면 입소문을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

베이징의 영어교사 천쉐(陳雪·32)는 “처음엔 직장 동료가 알려준 사이트 주소를 통해 도깨비를 봤는데 며칠 후 들어가 보니 사이트가 폐쇄됐다”며 “드라마를 계속 보기 위해 또 다른 사이트들을 수소문해 결국 끝까지 다 시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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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유통 경로가 불법이기 때문에 시청률이나 클릭 수 같은 공식 통계가 없다. 베이징의 은행원 추이타이옌(崔泰燕)을 비롯한 많은 팬은 “정식으로 공개 방영됐더라면 ‘별에서 온 그대’나 ‘태양의 후예’를 훨씬 뛰어넘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태양의 후예’는 아이치이를 통해 한국 방송시간과 동시에 업로드돼 45억 클릭 수를 기록했다. 열성적인 팬들 중에는 춘절(설) 연휴기간 도깨비의 촬영지를 직접 찾아간 사람들도 있다.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P씨는 “설 연휴를 마치고 출근해 보니 사무실 직원 여러 명이 인천, 강릉까지 가서 도깨비 촬영지를 보고 왔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주인공 공유는 ‘남신(男神)’으로 불리며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허난(河南)성 쉬창(許昌)시의 주부 쩡샤오리(曾曉麗·35)는 “공유의 매력에 홀려 도깨비를 보다 보니 그 전까지 믿지 않았던 내세(來世)의 존재와 윤회설을 믿게 됐다”며 “공유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배우”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공유의 이름을 입력하면 20만 건 이상의 게시물이 줄줄이 뜬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중국에서 공개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이 역시 한한령 때문이다. 앞서 ‘별그대’ 주인공 김수현이나 ‘태양의 후예’ 주인공 송중기가 광고모델이나 이벤트 출연으로 수백억원대의 돈방석에 오른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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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패러디한 중국 연예인들의 ‘인증샷’. 시계방향으로 배우 양양, ‘엑소’ 멤버 출신 장이싱, 일반 시민, 배우 왕카이.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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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층에선 ‘구이과이(鬼怪·도깨비)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주인공 공유가 가슴에 검이 찔린 채 살아가는 모습을 흉내낸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일반인 팬들 사이에 퍼지더니 중국의 인기 연예인들의 합성사진까지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 공유가 극중에서 말한 대사들도 인터넷에서 유행어처럼 퍼지고 있다.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첫사랑이었다’ 등이다.

도깨비 열풍은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만 연합보(聯合報)는 8일 춘절 연휴기간 대만인이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가 도깨비였다고 전했다. 나머지 상위권 7개도 한국 드라마가 싹쓸이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7일 “대만 영상산업은 한국·일본에 비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영상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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