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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부도 한달'송인서적, 빚 탕감뒤 회생?…책유통구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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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조건 미달 등 한계…출판사 채권단, 송인서적 회생절차 밟기로]

"'긴급지원'이란 말을 위안 삼아 달려갔는데 기관 담당자들의 첫마디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에 대해 위로부터 전달받은 게 없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전화해 보시죠'라고 말한다."

400여개 단행본 출판사들이 모인 '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출판사 관계자의 글이다. 출판계 2위 도매상 송인서적의 부도로 출판사, 서점 등이 6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지 1달이 지났지만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판계는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송인서적 부도 이후 1600개 피해 출판사들의 위임을 받은 '출판사 채권단 대표회의' 측은 7일 송인서적을 회생하는 방향의 수습책을 내놨다.

◇ 출판사 채권단 "송인서적, 채권 탕감한 뒤 회생하는 방향으로 가닥"

실사작업을 해 온 '출판사 채권단 대표회의' 측은 이날 채권단 전체회의를 열고 송인서적을 청산하는 대신 회생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회의 단장인 장인형 도서출판 틔움 대표는 "금융권 채권단과 협의해 적정 수준의 채권을 탕감한 다음 회생하는 방안으로 이야기했다"며 "탕감 규모가 정해지고 나면 워크아웃 신청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 채권단 측이 회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송인서적의 청산이 출판 생태계에 더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송인서적과 독점 거래하고 있던 서점들의 연쇄부도나 경영악화가 예상되는 데다 도매상 1위 업체인 북센의 독과점이 심화될 것을 우려해서다.

◇ "출판기금 융자 20%만 집행돼…'언 발에 오줌누기'격 대책"

앞서 문체부는 송인서적 부도와 관련, 피해 출판사 등에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의 출판기금 50억원을 활용한 1%대 저리 융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피해 출판사 창작지원기금 지원 등 지원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격 대책에 그친다는 것이 출판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명목은 '지원'이지만 사실상 빚을 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데다 대출 요건 등도 소규모 출판사가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

한 출판사 대표는 "출판기금 50억원 가운데 현재까지 실제로 집행된 돈은 20%밖에 안된다고 한다"며 "잔고 피해까지 감안하지 않고 어음만 기준으로 융자금액 한도를 설정하다 보니 지원 규모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10인 미만의 소규모 출판사가 주로 피해를 입어 (10인 이상 기업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지원 자격이 안 맞는다. 또 막상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가면 위에서 별도로 (출판계 지원 관련) 방안이 내려온 게 없다고 이야기 한다"며 "사실상 (부도 전후) 지원 규모가 다른 게 없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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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계 "유통망 공영화·판매 정보 투명화 필요"

출판계에선 결국 유통망 공영화나 판매량 집계 시스템 정착 등 출판 유통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인서적은 1998년 IMF 여파로 부도가 난 뒤에도 회생 절차를 밟았다. 그럼에도 다시 부도를 맞은 것은 송인서적의 부실 경영과 함께 '어음결제·위탁거래' 위주의 유통 구조 때문이란 지적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해외에서는 유통정보를 지니고 있는 회사와 배본·영업 회사를 분리한 뒤 유통정보 관리 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여했다"며 "정부가 개별 사업자들을 설득해 운영 정보가 투명하게 집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개발 중인 ‘지역서점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의 서점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POS시스템은 각 지역서점의 판매량을 집계하는 시스템이지만 서점 측에서 매출구조 등을 노출하기 꺼려하다 보니 참여율이 저조하다.

진흥원 측은 "서점이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라서 일일이 강제하기 어렵다"면서도 "올해 300개 서점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2억 5000만원 정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영화 분야처럼 실시간으로 판매되는 데이터를 출판사가 확인하기 위해선 출판·서점계가 단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이달 중 출판유통 구조 선진화 방안을 포함한 제4차 출판사업진흥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권도연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채권단과 출판단체 등을 만나 협의해왔다"며 "유통 선진화 방안을 담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박다해 기자 doall@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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