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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교직문화의 새바람 수석교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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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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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교사가 된 지 이제 3년이 되었다. 처음 수석교사를 지원할 때 수석교사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몇몇 선배 선생님들은 내게 권하면서 수석교사는 수업시간을 10시간 이내로 하고, 수업컨설팅 및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업 연구를 많이 한 편이라 나에게 잘 맞을 거라고. 많이 망설였지만, 결국 수석교사가 되었다.

수석교사 자격 연수를 받게 되면서 다양한 역할에 대한 중압감에 겁이 났지만 한 달 동안의 연수는 재미있고 유익했다. 지금도 수석교사들이 모이면 하는 말이 있다. "수석교사로서 행복할 때는 딱 그때까지만."이라고. 막상 현장에 나가보니, 수석교사는 전천후(全天候)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분위기였다. 수업은 물론 연구, 강의, 상담, 리더십 등 모든 업무영역에서 능력을 기대하는 듯 보였다.

수석교사가 되어 1년에 100시간 이상의 집합 연수를 받고, 좋은 연수가 있으면 개인 경비를 들여 어디든 찾아다녔다. 수업 디자인에 대해 항상 고민을 하며 새로운 수업 방법에 대해 배우고 있다. '칼퇴'라는 말은 잊은 지 오래다. 역사교과연구회를 통해 내일의 주역이 될 젊은 역사교사들과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연구 활동을 격려하고 있다. 수업 공개를 통해 후배 교사들과 역사 수업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교육부 및 교육청의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전달연수를 담당하기도 하고, 컨설팅 및 연수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미래 사회의 변화와 미래의 인재에 대해 고민하고 교육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다.

난 지금 55세이다. 내가 수석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이 나이에 위축되지 않고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을까? 혹시 나이를 앞세워 교육변화에 무감각하고, 내 수업 방식만을 고집하며 힘든 업무는 후배에게 떠넘기는 '대충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까? 수석교사가 되기 전에도 나름 열심히 가르치고 근무하는 교사였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렇지만 내 교직 생애에서 지금이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많이 배우며, 수업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 (그것은 단지 수석교사라는 위치 때문만이 아니라 계속된 연수 기회를 제공받아 단련되었기 때문이리라. 푸르른 청춘을 교단에서 보냈다. 내가 추구하는 멋진 인생은 교사로서의 멋진 삶인 게 맞다. 그간 부족했던 만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몸이 좀 고되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옳다.)

최근 교사들은 교육의 변화라는 세찬 물결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새로운 수업방법이 쏟아지고 수업의 혁신을 외치는 목소리와 함께 많은 연수가 봇물 터지 듯 학교로 밀려들고 있다. 교사들은 갑작스런 교육 변화의 앞에서 상당히 당황스럽다.( 마치 멋진 수영 강사가 자유형에만 익숙한 내게 접영(Butterfly) 수영법의 완벽한 폼을 보여준 후 당장 해보라고 하는 것처럼.)

교사들에게도 '교사'가 필요하다. (의사들이 수술 시범을 보이고, 함께 데이터를 분석하고 협의를 하면서 수술 실습을 통해 전문가로 성장하듯이 교사들도) 학교 담장을 벗어나 동료교사들과 교류하고 훌륭한 교수법을 가진 교사들의 수업 제안을 보고 자신의 수업 연구와 수업협의회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변화의 선두 주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수석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교사들이 전문가로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이유는 10년, 20년이 흘러도 특별한 발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교사로서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 즉, 계속적인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으로 교육부 및 교육청에서는 다양한 연수 기회를 교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교사들의 성장 기회에 수석교사는 스스로의 능력을 단련하고 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교사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나의 밀알이 되는 선배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직사회가 전문가 집단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고, 관리자가 되어 교실을 떠나는 것만으로 성취감을 갖는 교육풍토에서 벗어나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로서도 성취감을 갖는 풍토로, 선배교사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단절되지 않고 후배교사들에게 전수되는 교직풍토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부매일

지금까지는 수석교사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화려한 꽃이나 열매를 보지 못해 수석교사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제도 자체의 문제점보다는 제도 운영의 문제점과 인내심이 없어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사라지는 좋은 제도가 많이 있어 왔다.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 '평등'은 용납할 수 없는 이념이었던 것처럼, 고정관념 속에서 새로운 제도는 아무리 가치 있는 것이어도 이상해 보이고 쓸모없어 보이기도 한다. 고정관념에 의해서 수석교사제도를 고사시킬 것이 아니라, 교직 문화의 새로운 바람 앞에 든든한 지팡이가 되는 수석교사제도이기를 2017년,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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