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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조세피난처 중국계 자본, 세계 1위 韓 조선 삼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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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조세피난처에 본사를 둔 중국계 펀드가 한때 세계 4위의 조선업체였던 STX조선해양을 인수하려고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전세계 수주 시장의 40%를 장악하며 압도적 세계 1위의 위상을 자랑하던 한국 조선업이 새로운 1위국 중국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자본에 노출됐던 것이다. 다행히 매각 측의 철저한 검증으로 화는 면했지만 아찔했던 순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4일 투자은행업계와 STX조선해양 매각 측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진행된 STX조선해양-STX프랑스 패키지 매각 입찰에 참여한 곳 중 한 곳은 대표적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s)에 본사를 둔 CBI(CBI Energy & Chemical)의 계열사 PHHL로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11월 있었던 STX조선해양-STX프랑스 일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는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조선소 각 1곳씩과 영국계 펀드로 알려진 1곳 총 4곳이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이 영국계 펀드로 알려진 회사가 바로 CBI의 계열사 PHHL이었던 셈이다.

STX조선해양-STX프랑스 매각 작업을 맡고 있는 매각 측 한 관계자는 “CBI라는 회사가 계열사 PHHL을 인수주체로 내세워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며 “조세 회피처(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회사이고 감사법인 감사 대상도 아닌 펀드 형태라 정체성이 불분명한 회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체성은 물론이고 인수 자금 조달 증빙도 하지 못했다”며 “법원이 기존 매각 절차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추가적인 시간을 주며 사후 자금 조달 증빙 서류 제출까지 용인해 줬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못해 본입찰 적격자(숏리스트)에서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지난해 CBI는 유일하게 STX조선해양-STX프랑스 뿐만 아니라 STX고성조선해양까지 STX조선 3사 모두를 일괄 인수하겠다는 뜻을 매각 측에 전달했다. 한때 법원 등 매각 측이 STX조선해양-STX프랑스와 함께 STX고성조선해양까지 묶어 파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바로 이 CBI때문이었다. 현재 STX조선해양과 STX고성조선해양 매각은 무산된 상황이며 STX프랑스만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을 진행 중이다.

CBI는 STX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매각 작업과는 별개인 이 회사의 최대주주 KDB산업은행까지 접촉했을 만큼 인수 의지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우리는 매각 작업이 완료됐을 때 매각 조건 변경에 대한 변경회생계획안 의결 권한만 갖고 있다”며 “CBI에서 접촉을 해 온 적은 있지만 우리는 매각 자체를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교섭권한도 없기 때문에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CBI는 STX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준비작업을 위해 투자를 약속한 일부 국내 업체들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이 작업 초기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CBI가 STX조선해양 예비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제출한 은행 자료도 허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이 관계자는 “은행 잔고 증명 등을 전부 허위로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한 STX조선해양뿐만 아니라 작년에 대우조선해양까지 인수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기 위해 CBI 측에 이메일 질의서를 보냈지만 CBI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CBI 측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입찰 건과 관련한 우리의 활동이 사실과는 달라 ‘당혹스럽다’(perplexed)”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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