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화 서비스 접속 불가능
접속돼도 이용 까다로워 불만
국세청 “올해 말까지 조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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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접속용 소프트웨어(웹 브라우저)로 구글의 ‘크롬’만 이용하는 직장인 박모(28)씨는 최근 연말정산을 하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회사에서 지정한 기간 안에 연말정산을 끝내야 했지만 크롬에서는 보험료, 의료비,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했다. 국세청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로만 이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급히 IE가 설치된 동료의 노트북을 빌렸지만, 이번엔 공인인증서가 없어 재발급을 받는 데 적잖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는 “국민 세금으로 구축한 사이트가 보안이 엄격한 은행 홈페이지보다도 접속이 어렵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3월의 세금(혹은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때마다 직장인들이 인터넷 접속 문제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IE 이외의 웹 브라우저로는 간소화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고, 접속에 성공하더라도 복잡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등 이용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수년째 같은 지적이 나오는 데도 개선되지 않는 점에 대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연말정산 대상자는 약 1,700만명에 달한다.
24일 아일랜드의 웹 분석 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국내 컴퓨터(PC)용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MS의 IE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약 35.1%로, 55.3%인 구글 ‘크롬’에 한참 뒤진다. 2015년 12월만 해도 MS 웹브라우저의 점유율은 61.6%로 크롬(32.5%)의 두 배에 가까웠으나 지난해 4월 크롬이 역전한 이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런 판도 변화에는 MS가 지난해 초부터 IE에 대한 기술 지원을 중단했고,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에 크롬이 기본 탑재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도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여전히 IE만 고집하고 있다. IE에 최적화돼 있어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 다른 웹 브라우저로는 아예 접속이 불가능하다. 운영체제(OS) 역시 MS의 ‘윈도’만 이용할 수 있어서, 애플 맥북 등의 이용자들은 다른 PC를 사용해야 한다.
공인인증서로 신분 확인을 하기 위해 사실상 ‘1회용’인 통합 보안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5년 정부 차원에서 액티브엑스를 걷어내자는 움직임이 일자 국세청도 이를 없앴지만, 통합 보안프로그램은 겉모양만 다를 뿐 액티브엑스와 기능이 같다는 게 보안업계의 설명이다. 직장인 최영진(38)씨는 “5분 정도 대기한 뒤 접속했는데 필수 보안 프로그램을 내려 받았더니 다시 대기 상태로 넘어가 또 10분을 기다려야 했다”며 “이름만 간소화 서비스”라고 꼬집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다른 보안 프로그램과 충돌이 생길 수도 있고, 불필요한 컴퓨터 메모리를 잡아먹는 만큼 연말정산을 마치면 삭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세청 전산운영과 관계자는 “관련 예산을 확보해 대체 기술의 안전성을 검토 중”이라며 “내년부터는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도 제약 없이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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