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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사드 불똥’이 조수미에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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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유없이 공연 취소·백건우 협연도 불허…‘한류금지령’ 클래식 분야 확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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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 대중음악 등에 이어 클래식 분야로까지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확산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백건우(오른쪽 사진)·조수미(왼쪽)씨 등 한국 음악가들의 중국 공연이 취소되거나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려던 중국 학생들의 대거 불참도 확인됐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는 오는 3월18일로 예정했던 중국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취소당했다. 24일 백씨의 한국 공연을 주관하는 공연기획사 빈체로 측은 “백 선생이 중국 공연 취소 사실을 최근 알려왔다”면서 “구이양 심포니 측으로부터 ‘당국에서 공연 허가증을 내주지 않아 공연을 할 수 없게 됐다. 대단히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연주회 협연자는 중국의 신예 피아니스트 사첸으로 교체된 상태다.

비자 발급이 계속 미뤄지던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중국 공연도 결국 무산됐다. 조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투어가 취소됐음을 알린다. 그들의 초청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한 공연인데 취소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며 “국가 간 갈등이 순수문화예술 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조씨는 2월19일부터 광저우·베이징·상하이로 이어지는 투어를 앞두고 있었다. 조씨와 함께 공연하기로 한 광저우 심포니, 차이나 필하모닉, 상하이 심포니는 지난 22일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의 계정에 공연 취소를 알리는 공고문을 냈지만 취소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차이나 필하모닉만이 “특별한 사정 때문에”라고 막연하게 사유를 밝혔다. 조씨는 지난 10년간 거의 해마다 중국 공연을 가졌던 성악가이다. 현재 해당 연주회의 소프라노는 중국인으로 교체됐다.

지난해 11월24일 상하이콘서트홀에서 연주한 피아니스트 서혜경씨도 한때 중국 비자가 거부돼 곤욕을 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의 공연을 주관하는 한국 공연기획사 스테이지원은 “중국의 기획사와 공동으로 상하이 연주회를 추진했는데 입국 비자가 거부돼 몹시 당황스러웠다”면서 “중국 쪽 기획사로부터 ‘한·중관계 악화 때문에 비자가 거부된 것 같으니, 서류를 다시 작성해 빨리 재신청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기획사의 이름을 서류에서 아예 빼고 서씨가 미국 국적을 지녔음을 강조해 “공연 5일 전에야 간신히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중국 학생들이 대거 참석하려던 한국의 마스터클래스도 무산됐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이경선 서울대 음대 교수는 이날 “2월20일부터 26일까지 성남아트센터와 TLI아트센터에서 개최하려던 아시아 챔버앙상블 뮤직 페스티벌(ACeMF)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페스티벌 음악감독이다. 그는 “페스티벌의 일환인 마스터클래스에 중국 학생들이 참가하기로 했는데, (참가자들을 인솔하는) 중국 측 회사로부터 ‘학생들이 한국에 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스터클래스 참가비는 페스티벌 개최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ACeMF는 여름으로 연기됐다. 하지만 이 교수는 “여름에 개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라면서 “힘없는 음악가의 입장에서는 한·중관계가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그 기다림이 스스로 무력하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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