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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어떻게’는 안 보이고…‘불쏘시개’만 찾는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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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부족’ 비판받는 이유

현안마다 모호하고 원론적 입장 ‘자기 색깔’ 제시 못해

‘탈정치’ 외치면서 기성 정치인 만나 세력화 도움 요청

경향신문

반기문의 기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방문해 이영훈 목사 등과 면담을 마친 뒤 기도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의 귀국 후 정치 행보를 두고, 모호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 정치·정책 현안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비전이나 의견 없이 “국민 의견을 종합해…” “전문가들 의견을 물어…” 등의 말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정치·대통합’을 앞세운 이유도 “분열은 민족적 재앙”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 외엔 없다. ‘준비 부족’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정책, “국민 의견을 종합해…”

반 전 총장은 지난 23일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선거연령 18세 하향조정, 재벌개혁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을 뿐 구체적인 견해를 제시하지 못했다.

선거연령 18세 하향조정에 대해 “참정권 폭을 넓히는 것에는 찬성한다”면서도 “18세로 하향하는 경우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논란이 있다. 이 문제도 국민들 의견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대선 전 개헌’을 이슈화해 놓고는 “자세한 입장은 총의를 받아들여 국민들이 결정을 하도록…”이라고 했다. 실현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국민들에게 논쟁거리만 던져놓은 것이다.

재벌개혁에 대해선 순환출자,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등 그간 수차례 거론돼온 대기업의 고질적 문제점을 짚으면서도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최고의 전문가, 학자, 실제 경영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2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3개 개신교 단체를 방문해 “성소수자 인권이 차별받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개신교가 동성애에 극히 부정적인 것을 감안하면 소신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뒤이어 “제가 지지, 권장한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 말은 ‘탈정치’ 행보는 ‘정계개편’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 기존 정치권을 패권·분열의 정치로 규정하면서 내내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들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게 없다” “모두 당리당략에 매몰되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상대방에게 흠집을 낸다든가 제어해서 당략을 취하겠다는 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패권과 기득권 더 이상 안된다” 등의 언급이 그것이다.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탈정치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것이지만, 어떻게 힘을 합칠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반 전 총장 접근이 “민주정치에 반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를 키우기 위해 패권과 기득권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면서, 민주정치 근본인 정당정치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민주정치의 본질 중에 하나인 파당적 갈등과 논쟁을 나쁜 것으로 보고 본인이 국익을 위해 헌신·봉사하겠다는 것은 귀족정의 언어”라고 지적했다.

정작 자신의 행보는 이율배반적이다. 정치혐오, 탈정치를 언급하면서 정계개편을 위한 정치인들과의 연쇄회동 등 세몰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오찬을 하면서 제3지대 세력화를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정 전 의장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비패권 지대 사람 중 나라를 걱정하는 좋은 분이 있으면 뜻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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