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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트럼프 TPP 탈퇴 선언 파장] 中 세계무역질서 주도권 잡나.. FTAAP·RCEP 힘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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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쾌재 부르는 중국
아태 중심 큰그림 그리며 美 TPP 탈퇴 반사이익 기대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자유무역 질서의 새 판을 짜는 주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다자 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중국 주도의 양대 메가급 다자 간 무역협정 추진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조연설에서 중국 주도로 21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와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자유무역 질서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제 무역질서 판도가 중국 주도의 설계도 중심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표정관리하는 중국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선언을 두고 중국은 표정관리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중국이 세계경제 규범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쾌재를 부를 상황이지만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선언을 보도하면서 시 주석이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강조했던 보호무역주의 배격과 자유무역 질서 수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점을 다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4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미국의 TPP 탈퇴 이후 미·중 관계 전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의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거대한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양방향 도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중국 대륙 기업과 개인이 미국을 쉽게 방문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지만 금융업이나 미국 제조품 및 서비스와 중국 관련 지식재산권 문제는 양방향 도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신경제질서 설계자로 등극하나

트럼프 체제 출범에 따라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그리던 기류에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이 거대 설계자로 자천타전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해왔던 TPP에서 돌연 미국이 탈퇴 선언을 한 마당에 중국을 회원국에 포함시키자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전부터 꾸준히 추진해왔던 FTAAP와 RCEP를 밀도 있게 주도하면서 아·태 중심 세계 자유무역질서의 큰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최대 규모의 메가 규범인 FTAAP를 그려가는 동시에 이보다 수위와 범위가 좁은 RCEP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TPP가 결과적으로 폐기될 경우 FTAAP의 규범 안에 TPP 관련 사안도 융합시켜 포괄적 협정안으로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주도 중인 FTAAP는 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등 21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을 제외한 협정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전 세계 GDP의 40%를 웃돌고 교역 비중도 50%에 달한다.

지난 2004년 처음 제시된 FTAAP는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2010년대 들어 중국이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 진출을 위한 전략적 포석 차원에서 적극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아·태 지역에서 한국과 일본 등 16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RCEP도 주도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과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는 RCEP는 시장개방이나 범위 등에서 TPP보다 수위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TPP와 중복가입된 국가들이 미국의 탈퇴선언에 RCEP로 갈아타기에 나설 전망이다. 더구나 메가급 FTA에 속하는 FTAAP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더 작은 규모의 RCEP가 먼저 구축되는 게 절차상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일단 RCEP가 발효되면 중국은 약 880억달러(약 102조원)의 경제적 혜택을 얻을 것으로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조사위원회가 밝힌 바 있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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