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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돌담 따라 고샅 걸으며…옛마을 ‘옛사람’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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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북촌한옥마을·외암민속마을·고령개실마을·강릉 선교장…한국관광공사 선정 2월 가볼만한 곳 ‘한옥마을’



초가집과 기와집, 돌담과 고샅(좁은 골목길) 만큼,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있을까. 돌담을 지나 달음질 치던 친구들의 재잘거림이 성큼 귀에 닿고, 마을 어귀에 우뚝 선 큰 나무가 “어디 갔다 이제 오냐”라고 반길 것만 같은, 내 사랑스런 과거, 초심(初心)의 원형상징들이다. 1930년대 대표적인 순수시라고 해서 중학교때 무작정 외던 시(詩)가 20~40년을 지나서야 메말라진 우리의 감성을 녹인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던.

변했다, 변했다 하지만, 원형상징 몇 개에 이렇게 환원(還元) 속도가 빠른 걸 보면 우리도 별로 변하지 못한 듯 하다. 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아직 ‘따스한 늦겨울 햇살’ 스미는 돌담과 고샅이 남은 곳은 꽤 많다. 2월 매화가 피는 동헌(東軒)의 기와집을 지나면, 초가집과 돌담 골목길이 정겹게 우리를 맞는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엔 추억의 상징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7년 2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이런 ‘힐링여행 한옥 마을’ 5곳을 선정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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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구르미’ 풍등 띄운 낙안읍성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초가집 마당과 돌담 사이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함께 흐르는 곳, 낙안읍성은 ‘살아 있는 민속박물관’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600년전 정거장에 내린 격이다. 성곽 위를 느긋하게 걷다가 읍성 전망대에 이르면 둥글둥글 초가 지붕이 어깨를 맞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풍등제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고샅을 한바퀴 돌며 추억을 음미하다 길쌈, 풀무질, 그네 타기, 천연 염색 같은 체험을 즐기고, 초가 민박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마을 옆에 자리한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선암사,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순천드라마촬영장도 함께 여행하면 좋다. 드넓은 갯벌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순천만 와온해변의 노을은 음력 섣달 보내기에 제격이다.(061-749-5795)

② 돈화문에서 삼청동까지 북촌한옥마을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북촌한옥마을이 있다. 북촌은 청계천과 종각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은 조선 시대 고관대작들의 거주지로, 경치가 수려하고 궁궐에서 가까워 살기 좋았다. 현재 북촌이 아담한 도심형 한옥으로 자리 잡은 데는 1920년대 ‘건양사’라는 주택 개발사를 운영한 민족자본가 정세권의 역할이 컸다. 그는 북촌의 대형 필지를 사들인 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작고 생활하기 편한 개량 한옥을 지어 분양했다. 덕분에 북촌은 전통을 계승할 수 있었다. 북촌의 명소를 하나로 꿰는 코스가 ‘북촌8경’이다. 1경 창덕궁 전경, 2경 원서동 공방길, 3경 가회동 11번지 일대, 4경 가회동 31번지 언덕, 5경 가회동 골목길(오르막길), 6경 가회동 골목길(내리막길), 7경 가회동 31번지, 8경 삼청동 돌계단길이다. 삼청동에 이르러 성균관대 후문쪽으로 경사진 길을 오르면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안국동쪽 골목을 파고들면 ‘도깨비’, ‘또 오해영’ 촬영지인 감고당길과 인사동길이 연결된다. (02-2148-1857)

③ 서기 1560년, 외암민속마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의 시간은 충무공 이순신이 자라던 450년전에 멈춰 있다. 1645년생인 순신은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났지만 살림이 어려워 외가인 아산에 내려와 한동안 자랐다. 돌담을 따라 기와집과 초가집, 고목들이 조화를 이룬 외암민속마을은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을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고 한지 체험, 엿 만들기 체험 등을 즐긴 다음 연엽주와 청국장 등 전통 음식 맛보기도 할 수 있다. 외암민속마을에서 가까운 봉곡사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아산환경과학공원은 장영실과학관과 생태곤충원, 그린타워전망대까지 갖춰, 웃음이 있는 교육, 즉 에듀테인먼트에 제격이다. 세계꽃식물원은 다가올 봄을 기대하며 여유롭게 쉴 수 있는 힐링 에듀 공간이다. 충무공의 묘소와 유허도 함께 둘러보면 최고의 여정이 된다. 충무공이 태어난 곳, 공적을 올린곳이 아닌 자란 곳, 아산에 묻힌 것을 보면 그도 어릴적 추억이 그리웠나 보다. (041-540-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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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김종직이 공부 싫다 책 버린 고령 개실마을

겨울에 한옥마을은 조용하기 마련인데, 고령군 쌍림면 개실마을은 다르다. 유과와 엿을 만드느라 마을 주민은 쉴 틈이 없다. 밖에서는 아이들이 거목에 밧줄을 맨 초대형 그네 타기 등 전통 놀거리에 푹 빠져 떠들석하다. 개실마을에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종택이 있는 곳이다. 김굉필,조광조를 제자로 둔 성리학의 큰 스승이지만, 어릴적 놀기를 좋아해 꾸지람을 많이 들었다. 하도 놀다 못해 공부에서 벗어나려 책을 버렸다가, 버린 책이 문득 아까운 생각이 들어 읽어버리자는 마음에 공부를 시작해 대가가 됐다. 실컷 놀아야 공부할 마음이 배가된다는 점을 보여준 그분이다. 사계절 놀기 좋은 곳이다. 조청으로 엿 만들기, 딸기 따기 체험, 전통 한옥에서 보내는 하룻밤, 미니멀동물원에서 동물과 교감하기 등 교육효과 높은 놀거리가 즐비하다.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지산동 고분군, 대가야박물관,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는 놓칠 수 없는 여행지이다.(054-950-6663)

⑤ 사임당의 정신 깃든 강릉 오죽헌과 선교장

‘도깨비’ 공유는 주문진에도 갔다. 아침햇살 비치는 방파제엔 수산물이 가득하다. 방파제에 걸터 앉아 오징어회를 먹다보면 아침부터 한 잔 하고싶을 정도로 낭만이 넘치는 곳이다. 한적한 소돌해변은 이곳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떠나보낸 듯, 가슴이 멜랑꼴리해진다. 강릉 선교장은 100칸 넘는 방을 보유한 국내 몇 안되는 전통 저택이다. 선교장 연못 옆에 있는 활래정은 경포호를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안식처이다. 인근에는 신사임당이 이율곡을 낳은 오죽헌을 만날수 있다. 새 학기를 맞기 전 검은 대나무 오죽(烏竹)을 만져보는 일은 자신감 배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강릉시청 033-640-5125)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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