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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결국 ‘외부’로 돌려진 갤노트7 연소 사태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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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삼성전자, 삼성SDI·중 ATL 배터리 문제로 결론

고동진 사장 “고용량 배터리 제시 뒤 검증 못해”

삼성 내부 문제는 찾지 못해…현 경영진 책임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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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23일 갤럭시노트7의 이상연소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사태의 원인은 배터리 자체 결함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각각 다른 업체가 납품한 배터리가 한꺼번에 문제를 일으킨 과정에 대해 ‘검증 책임’만 인정해 책임 회피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23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갤럭시노트7의 소손(불에 타 부서짐)은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연구진 700여명이 갤럭시노트7 20만대와 배터리 3만개를 동원한 대규모 충·방전 실험으로 소손 현상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안전 검증기관 유엘(UL)과 엑스포넌트, 독일 튀브 라인란트 등 외부 기관도 조사에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초기 제품에 넣은 삼성에스디아이(SDI) 배터리와 리콜 뒤 장착한 중국 에이티엘(ATL) 배터리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에스디아이 배터리는 오른쪽 구석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이 문제였고, 에이티엘 것은 비정상 융착돌기와 절연테이프 미부착 등이 단락(합선)을 유발해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고 사장은 방수 기능 강화로 열이 빠져나가지 못했거나, 배터리 보호 회로의 알고리즘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비롯한 다른 결함 추정 원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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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한 가속시험을 강화하는 등 ‘8 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도입했다. 배터리 안전설계 기준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완제품을 실험했을 때와 배터리만 놓고 실험했을 때 발화율이 비슷하게 나왔기 때문에 배터리만의 문제로 확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왜 하필 두 납품업체의 배터리가 각각 다른 이유로 발화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완전히 가시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에이티엘은 애플에도 납품하는 등 배터리 기술력이 앞선 업체이고, 삼성에스디아이도 배터리 눌림 현상이 이전에는 없었다고 했다.

불량 배터리 자체는 제조사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더라도, 고사양 제품을 서둘러 내놓겠다는 삼성전자의 계획이나 배터리 납품업체와의 협력 과정에서 무리가 따랐을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은 기획 단계에서 고용량 배터리가 가장 중요한 사양 중 하나였다. 배터리 사양 목표를 저희가 제시했고, 출시 전에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유엘 관계자는 크기는 작게 하면서 용량은 키운 것에 대해 “에너지 밀도 자체가 높은 게 소손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고 사장은 삼성의 ‘빨리빨리’ 문화가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에 “예년 대비 일주일, 열흘 정도 출시가 빨랐지만 경쟁사를 의식해 서두른 것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차전지 전문가인 박철완 박사는 “스마트폰이 갈수록 고성능화하면서 ‘제품을 가혹하게 빨리 고문시켜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가속 스트레스테스트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투자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제조사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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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이상연소 원인을 찾기 위해 진행한 대규모 재현 실험장면.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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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사장은 “검증받은 조사 결과를 배터리 공급사와 공유했고 그들도 인정했다”면서도, 7조원 넘는 리콜 비용 발생에 대해 삼성에스디아이와 에이티엘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배운 교훈은 삼성전자의 문화와 프로세스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말했지만,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불편을 초래한 사건에 대한 최종 책임은 모호한 상태로 남게 됐다.

한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업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도 이번주 말이나 2월 초에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고 이날 밝혔다.

이완 조계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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