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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단독]“국무회의 ‘말씀자료’ 두세 번에 한 번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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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와대 행정관 검찰 진술

감정 표현만 고쳤다던 최순실, 공적 영역까지 개입 정황…헌재 진술은 ‘거짓말’ 가능성

각 정부 부처에 전파돼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이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말씀자료 내용이 두세 번에 한 번꼴로 청와대 비서실이 작성한 초안과 달라졌다는 전직 청와대 담당 행정관의 진술이 나왔다. 이 중 상당수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 기소)의 국정개입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2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2013~2014년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담당했던 전 청와대 행정관 ㄱ씨는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말씀자료 초안과 문구가 달라지는 경우는 자주 있었고 콘텐츠가 달라지는 경우도 두세 번에 한 번꼴로 있었다”고 진술했다.

실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현 정책조정수석실)이 각 수석비서관실에서 올라온 자료를 종합해 작성한 2013년 7월23일 국무회의 말씀자료 초안에는 ‘체육계 비리’라는 주제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국무회의 당일 박 대통령은 체육계 비리 척결 지시가 포함된 말씀자료를 읽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가 자신의 딸 정유라씨(21)가 같은 해 3월 승마대회에서 준우승을 하자 대한승마협회 길들이기 차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말씀자료에 집어넣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ㄱ씨의 증언대로라면 최씨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증인으로 출석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을 통해 대통령 말씀자료 등 청와대 자료를 입수해 “감정 표현만 봤다(수정했다)”고 한 진술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최씨가 박 대통령의 미용이나 의상 등 ‘사적 영역’뿐 아니라 ‘공적 영역’인 정책 의사결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미다.

“체육계가 거듭나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 8~12월 대한체육회 산하단체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를 주도하던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이 2013년 9월 돌연 경질됐다. ‘승마협회 내부에 최씨 옹호 세력과 반대 세력 모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올린 게 화근이었다.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은 박 대통령이 이들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뒤 사퇴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정씨는 승마협회 감사가 끝난 뒤 2014년 6월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이어 그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했다.

박 대통령의 체육계 비리 척결 지시에 대해 청와대는 “2013년 5월29일 태권도장 관장이 편파 판정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있어 체육계의 오랜 적폐를 해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도 헌재에서 ‘청와대에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 교체를 권유했느냐’는 질문에 “그 사람들이 승마 담당인지도 모른다”고 항변했다.

[관련기사]▶"체육계 비리 척결, 대통령 말씀자료 초안엔 없었다"

<구교형·박광연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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