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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박진호의시사전망대] 김상조 "이재용 영장, '포괄적 뇌물'로 접근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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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 이재용 영장 기각, 삼성 뇌물죄 국민연금 동원에만 포커스 둬 어려워진 것
– 특검, 이재용 비선 실세 일찍 감지한 포괄적 뇌물 관점에서 접근했어야
- 이재용 불법 승계 논란, 20년에 걸친 하나의 사건
- 20년 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사건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이어져
- 이재용, 지분으로 그룹 지배하겠단 생각 버려야
- 이재용 구속 문제, 우물 안 개구리식 애국심의 시각에서 보면 안 돼
- 대통령, 외국 투기자본 엘리엇 막는 게 직무다? 시대착오적
- 외국 투기자본 공격 막으려면, 삼성 지배 구조부터 개선해야

▷ 박진호/사회자:

많은 분들이 지금 문자 보내주고 계신데요. 7059님, ‘참 답답하네요. 문재인 전 대표 같은 이야기는 저도 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근로시간만 준수해도 일자리는 더 창출됩니다.’ 8189님은 또 이런 말씀하셨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관련해서 문자 많이 보내주고 계세요. 0720님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 기각이라니요. 국민은 세금 내기도 어렵고 살기도 힘듭니다.’ 7644님은 ‘역시 돈이 법을 이기네요’라고 하셨습니다. 상당히 냉소적이시네요.

이렇게 실망감을 표시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한 편으로는 5566님은 ‘죄가 없다는 게 아니고 구속까지 해서 수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 아닙니까’ 하셨습니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법인택시 기사 한문희 씨는 ‘이번 삼성 문제는 잘 됐어요. 그러나 삼성은 이번 일들을 거울삼아 바르게 거듭나야 될 것입니다’라고 보내주셨습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 소식 관련 문자가 많이 오고 있는데. 오늘 특별 인터뷰 준비했습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님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예.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새벽에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 소식 나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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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저 개인적으로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도 있겠다고 우려를 했고요. 사실 그저께 칼럼에서도 그런 얘기를 쓰기도 했습니다만. 막상 결과를 받아보니 역시 실망스럽기는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하지만 이 뇌물죄 수사에서 핵심은 부정청탁, 즉 로비와 부당한 대가 사이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증거를 가지고 소명하는 것인데요.

사실 제가 우려했던 것도 지금 특검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이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소명이 되었는가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제 개인적으로도 우려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간단하게만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시작한 것은 2015년 초 1월이었는데요. 사실은 국민들께서 이 로비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삼성물산의 합병, 특히 그것을 위한 국민연금의 동원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바로 직전에 엘리엇이라는 헤지펀드가 등장하고 난 다음에 그런 필요성이 생긴 것입니다.

따라서 엘리엇의 등장 이전에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는 게 인과관계가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이고요. 사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은 특검의 수사가 로비의 목적을 국민연금의 동원이라고 하는 데에만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 이게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결국 이재용 부회장으로서의 승계 전체가 로비의 목적이었다고 하는 포괄적 뇌물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하는 게 제 의견이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상당히 합리적인 지적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칼럼 말씀하셨지만 저도 읽어보면 구속이 되든, 안 되든 현재 상황이 일단 삼성이 혁신할 마지막 기회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아마 국민들께서는 이재용 부회장 하면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 있을 겁니다. 하나는 벌써 20년 전이네요. 1996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이 있었고요. 그리고 이번에 삼성물산 합병 사건이 있을 텐데. 그런데 이 두 개의 사건이 별개의 사건이 아닙니다.

에버랜드 주식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제일모직 주식이 되었고, 이번에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서 삼성물산 주식이 된 것이거든요. 따라서 이것은 20년 간에 걸친 하나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러면 이렇게 20년 동안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불법적인 승계 논란이 계속되었던 이유가 뭘까요?

바로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재용 부회장이 적대적 M&A가 불가능할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을 지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미래전략실이 그것을 계속 추진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적대적 M&A가 불가능할 정도의 지분을 갖겠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요. 불가능한 일을 만들어야 되다 보니까 불법 행위를 한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따라서 제가 이게 삼성이 혁신할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했던 것은 바로 이재용 부회장이 이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청문회 때 나와서 본인의 입으로도 이 부분을 얘기했고요. 따라서 정말 지분을 가지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해서 시장의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 이런 생각을 시스템으로 만들어내고 사회와 시장이 그것을 믿을 수 있게 해주는. 그것이 바로 이재용 부회장이 해야 할 일이고요. 그것을 해야만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삼성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네요. 교수님, 그런데 사실 이번에도 대기업 총수의 사법 처리 시점이 되면서 대부분 많은 언론들이 만약 구속되면 한국의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해외에서 삼성 입지가 좁아지면서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이런 논리가 상당히 많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정말 우리가 이런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들인 재벌이나 또는 특히 그 중에서도 삼성 같으면 이른바 글로벌 기업이다. 매출액이 클 뿐만 아니라 그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해외 시장에서, 즉 수출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요.

이렇게 비즈니스는 글로벌하게 하고 있는 기업의 지배 구조 문제에 관해서 이것을 국익이나 애국심 같은 우리만의 시각, 우물 안 개구리 식의 관점에서 보는 것 자체가 사실 외국인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냉소를 불러일으킵니다.

생각을 해보십시오. 매출이 300조가 넘고 그 매출의 80%를 해외 시장에서 만들어내는 삼성에 대해서 우리가 이런 식의 우리만의 관점을 가지고 본다는 것을 실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고요. 더구나 올해 1월 1일 날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기자 간담회를 하면서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보라고 했던 것은 외국 투기 자본의 공격을 받고 있어서 그것을 막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대통령의 직무다. 이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얘기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냐면.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이 사법기관에 의해서 처벌받고 안 받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조차도 이런 인식을 갖고 있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이런 우리들의 시대착오적인 마음이 있는 한. 그것이 오히려 역으로 헤지펀드의 공격을 불러오고 또 ISD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글로벌라이즈된 이 시대, 그리고 이미 글로벌라이즈된 우리의 기업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만이 우리의 기업을 더욱 더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ISD, 해외에서의 부패방지법 말씀하셨는데. 바꿔 말하면 결국 이런 선진국들의 제재가 두렵다면 평소에 떳떳하게 법을 지켜가면서 경영하면 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좀 드는데요.

▶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네. 바로 그렇습니다. 사실은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작은 기업들이 아닙니다. 진짜 우리의 대표 기업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되었기 때문예요. 우리의 어떤 문제를 우리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 국제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고.

따라서 국제 시장이 바라보는, 국제적인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투명한 지배 구조를 갖추는 것만이 보호무역주의의 압력이나 또는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고자 한다면 그것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관점에서 지금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는 재벌 3세들은 바로 그런 우물 안 개구리식 관점을 벗어나서 정말 시장에서 요구하고 평가한 대로 자기가 이 기업을 이끌어나가겠다고 하는 것을. 그런 자세를 가지고 그런 기업 지배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른 아침에 감사드립니다.

▶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네.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한성대 김상조 교수님과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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