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철 논설위원 |
공식 통계는 딴판이다. 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딱 1%다. 두 자릿수인 국민 체감과는 차이가 크다. “전체 비중의 6~7%에 불과한 신선식품과 일부 생필품 값이 뛰어 생긴 일종의 착시”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전셋값도 서울 평균 상승률이 3.5%밖에 안 되니 보편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한다. 하긴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다. 자신의 특수한 환경에서 겪은 일을 세상 공통의 일로 일반화한다. 하지만 이리 치부하기엔 지표와 체감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 통계가 현실을 왜곡하거나, 심지어 배신하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경기도 그렇다.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은 2.6%로 추정된다. 물가상승률을 빼도 살림이 평균적으로 1.6%포인트는 나아져야 한다. 이를 수긍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러면 문제의식이 발동해야 정상이다. 체감과 숫자 사이의 괴리가 왜 이리 큰지,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고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에선 이걸 느끼기 힘들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연초 업무보고에서 “유통구조 개선, 공공요금 관리 등을 통해 서민물가를 안정시키고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으로 역대 최고 수준 고용률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과연 그런가. 물가는 안정되고 취업난이 완화됐는가.
『한비자』에 이런 우화가 나온다. 춘추시대 정나라에 차치리라는 사람이 살았다. 새 신발이 필요했던 그는 장에 가기 전에 종이 위에 자기 발을 본떴다. 꼭 맞는 신발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장에 도착하니 종이를 두고 온 걸 깨달았다. 바쁘게 집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그냥 신어보면 되는데 왜 굳이 종이를 찾으시오?” 그가 답했다. “종이에 적힌 치수는 믿어도 내 발은 못 믿겠소.” 헛똑똑이 차치리가 요즘 관료들과 닮았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나현철 논설위원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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