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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고아들에게 ‘요리의 맛’ 보여주는 미슐랭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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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천사’ 재단 세운 뉴욕 김훈이

한국 유명 레스토랑 7곳도 참여

매주 보육원 돌아가며 요리 선물

원하면 요리사 될 수 있게 강습도

“꿈도 희망도 없는 아이들 중 단 한 명의 인생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한식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 스타를 받은 뉴욕 한식당 ‘단지(DANJI)’ ‘한잔(HANJAN)’의 오너 셰프로 유명한 김훈이(45·후니 킴)씨의 말이다. 의대를 그만두고 셰프의 길로 뛰어들어 한식 요리로 뉴요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그의 성공 스토리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최근 비영리재단 ‘요리천사(Yori Chunsa)’를 설립했다.
중앙일보

한국 고아들을 돕기 위한 비영리재단 ‘요리천사’를 설립한 스타셰프 김훈이 씨. [사진 김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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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야 하는 한국 고아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그들에게 지속가능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멘토-멘티’ 시스템을 통해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고, ‘음식=행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의 유명 레스토랑 7곳도 참가한다. 스타 셰프에서 희망 전도사로 거듭난 그를 만났다.



Q : ‘요리천사’를 설립한 계기는 뭔가.

A : “오래 전부터 아이들을 많이 입양하고 싶었지만, 6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신 보육원 일을 도와주다가 보육원을 나가야하는 18세 청소년들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너무 가슴 아팠다. 아이들에게 지속가능한 희망을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나.

A : “멘토-멘티 시스템이다. 한국의 유명 레스토랑 7곳(볼피노, 매니멀스모크하우스, 오스테리아 마티네, 코리아노스키친, YG푸드, 구선아베이커리, GBB키친)의 오너 셰프와 사장들이 뜻을 함께 해줬다. 우리가 정한 서울 소재 소규모의 보육원에 7개 식당들이 돌아가며 주 1회 방문한다. 셰프들의 요리를 아이들에게 맛보여준다. 이를 통해 셰프가 되고자하는 꿈이 생기는 학생들은 방학 때 7개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우게 된다. 물론 허드렛일부터 시작하며 기초를 다진다. 더 많은 식당들이 참여하면 우리가 찾는 보육원도 늘어나고 꿈과 희망을 가지는 아이들도 함께 늘어난다. 첫 방문은 2월 8일이다.”


Q : 어른들도 요리사 과정을 중도 포기하는데 아이들이 그 힘든 과정을 견뎌낼까.

A : “셰프는 몸이 힘든 일이다. 열정 없인 버틸 수 없다. 주방은 셰프와 스태프들이 가족보다 더 끈끈한 결속력을 다지는 공간이다. 식구 같은 관계도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18세가 되면 보육원 밖으로 희망없이 나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새 가족이 생기는 셈이다. 내가 운영하는 식당들에서도 체험 학습을 제공할 생각이다.”


Q : 아이들이 어떤 목표를 가지길 바라나.

A : “의대를 도중에 그만 둔 내가 음식을 만들며 행복을 찾은 것처럼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스타 셰프들의 90% 이상이 비싼 요리학교를 나오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이다. 학교를 가야지만 좋은 셰프가 되는 건 아니다. ‘맛’을 알고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먼저 다양한 ‘맛’을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셰프의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자는 생각, 그게 시작이었다.”


뉴욕 중앙일보 황주영 기자 hwang.jooyoung@koreadaily.com

황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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