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1 (금)

천안함 바라보며 외교·안보 부각…‘보수본색’ 드러낸 반기문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엔 총장 경륜, 북핵·사드 등 갈등 해결 적임자 과시

“진보적 보수주의자” 이념 넘나드는 ‘반반 행보’ 여전

속내는 ‘친박 낙인’ 지우고 ‘빅텐트 후보론’ 시나리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보수본색’ 행보가 분명해지고 있다.

일단 반 전 총장은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이념·진영을 넘나드는 반반 행보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경륜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보위기를 강조하는 등 보수 정체성을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후발주자임을 인식한 듯 귀국 나흘째인 15일까지 10여개의 외부일정을 소화하고, 조만간 개헌 복안을 밝히겠다고 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외교·안보 지도자’ 부각

반 전 총장은 이날 경기 평택 제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기념관 등을 둘러본 후 유엔 사무총장 경험을 바탕으로 작금의 외교·안보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두고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상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말했다. 중국 반발을 두고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고 순수한 방어용 무기”라며 “외교를 통해서 잘 설득하고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드 부지를 둘러싼 국내 갈등에 대해선 “좁은 국토인데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되고, 너무 이렇게 지역 이기주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북핵 문제를 두고도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외교부 장관으로 근무했고 (유엔) 사무총장으로도 근무해 잘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 앞에서 묵념을 한 후 “사고로 충돌해서 그렇게 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가. 보면 (피격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안보위기를 강조하면서 보수색채도 확인됐다. 특히 ‘한반도=준전시 상태’라고 안보위기를 강조하면서 “안보에는 두 번 다시가 없다. 늘 안보 태세를 공고히 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안보에 관해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고 한 것이 단적이다. ‘안보위기 강조→국민 대단결’은 과거 보수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동원했던 논리다.

■ 국민통합 반반 행보?

그럼에도 반 전 총장은 아직까지 진보·보수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 13일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등 진보·보수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했다.

이날 천안함기념관 방문이 보수층을 향한 것이라면, 17~18일 일정은 야권·진보층 공략에 맞춰져 있다. 17일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같은 날 진도 팽목항을 찾고,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면서 촛불민심에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겠다고 한 것도, 반반 행보다.

반 전 총장의 반반 행보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국민대통합’을 근거로 댔지만, 박 대통령과 교감한 ‘친박 후보’라는 낙인을 털어내고, 정권심판론 프레임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 읽힌다. 이는 여권의 친박과 야권의 친문을 고립시킨 제3지대·빅텐트 후보로 나서겠다는 시나리오와도 직결된다.

개헌 찬성 입장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선거제도, 정책결정 방식, 국민과 정치인들의 행태, 사고방식을 전반적으로 손봐야만 한다.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안을 전문가와 협의해 발표할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을 고리로 빅텐트를 형성해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고립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