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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F추적] '잠행' 정유라의 독일·덴마크 '은신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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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해외도피 중이던 정유라가 지난 1일 저녁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체포된 가운데 정 씨가 생활했던 주택의 현관문과 창문들이 수건과 블라인드로 철저히 가려져 있다.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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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ㅣ 올보르(덴마크)=이철영·배정한 기자] 적막감이 감돈다. 누구도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내듯 창문마다 커튼, 그리고 수건을 이용해 이중으로 가렸다. 아무리 내부를 보려 해도 볼 수 없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덴마크 북부 올보르 지역 경찰에 체포된 정유라(21) 씨의 은신처의 현재 모습이다.

정 씨와 함께 체포된 20대 남성 두 명과 60대 보모는 지난 2일 오전 정 씨의 아이와 함께 은신처로 돌아왔다. 이들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이 마지막이다. 이들은 이후 이중으로 창문을 가렸다. <더팩트> 취재진은 5일 동안 정 씨의 은신처였던 주택을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매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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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가 올보르 시내 인근 구금소에 있는 가운데 조력자와 그의 아들이 있는 주택의 창문이 커튼과 수건으로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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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은 모습을 감추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한국 취재진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7일 오전 정 씨의 은신처에서 소리로만 들렸던 강아지 두 마리를 볼 수 있었다. 강아지 두 마리는 주택 뒤쪽 블라인드로 얼굴을 보이며 짖었다. 개의 모습은 보였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취재진은 정 씨의 덴마크 은신처와 승마장을 취재하면서 그들 생활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 씨의 덴마크 올보르 은신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에 있던 주택의 공통점은 '철저한 외부차단'이다. 승마장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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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가 키우는 반려견들이 창밖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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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정 씨의 집 구조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 지역에 있는 주택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 씨는 '철저한 외부차단'을 주택의 첫 번째 조건으로 한 것 같다. 취재진은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 지역에서 정 씨의 자택을 수일 동안 지켜보며 취재한 바 있다. 당시 주택 창문을 블라인드와 수건 등으로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막았다는 점도 똑같다.

덴마크와 독일 주택은 모두 1층이 반지하라는 점이다. 또, 2층이라 할 수 있는 현관과 외벽에는 큰 창문이 아닌 작은 창문이 있다. 두 지역의 주택 모두 정면에서는 내부를 확인할 수 없다. 두 주택 모두 뒤편으로 큰 창문과 마당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차량 주차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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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의 주택에 버려진 쓰레기에는 아이와 반려견 등을 위한 것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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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택은 또, 골목 바로 옆으로 큰 도로가와 가깝다는 공통점도 있다.

정 씨와 조력자들의 생활 방식도 덴마크와 독일에서 모두같다. 정 씨와 조력자들은 덴마크 주택 이웃들과 거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나라에서 공통점이라면 이웃들이 목격한 것은 정 씨의 아이와 강아지, 고양이를 보았다는 것이다.

정 씨가 두 나라에서 훈련했다는 승마장도 주택과 마찬가지로 '외부인 차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 씨는 덴마크 올보르에서 약 19km 떨어진 보스코 지역에 있는 헬그스트란드 승마장에서 값비싼 명마로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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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에 있는 정 씨의 주택은 외부에서 내부를 확인할 수 없는 구조로 덴마크 올보르에 있는 주택과 매우 흡사하다. /이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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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취재진과 덴마크 현지인은 정 씨가 훈련했던 헬그스트란드 승마장을 찾은 바 있다. 이 승마장은 덴마크인도 놀랐을 정도로 럭셔리한 곳으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승마장으로 프라이빗한 공간이었다.

정 씨는 독일에서도 여러 곳의 승마장을 이용했다. 예거호프, 호프구트 승마장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의 승마장 역시 회원제로 외부인의 방문을 철저히 막았다. 취재진이 지난 10월 독일에서 방문했던 두 승마장에서도 관계자들은 '프라이빗'한 곳이라며 정 씨와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말해 줄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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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가 훈련했던 덴마크 올보르 보스코 지역에 있는 헬그스트란드 승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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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아무런 직업이 없다. 그런데도 정 씨는 고가의 말과 주택, 승마장을 다닌 것은 물론 일을 돕는 사람들까지 고용했다. 정 씨가 누린 모든 것들은 최순실 씨와 비덱스포츠 등에서 나온 자금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는 현재 올보르 지방법원의 결정에 의해 이달 30일까지 구금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 씨는 현재 한국에 자진 귀국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덴마크 현지에서 소송을 이어가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덴마크 검찰은 7일 정 씨의 국내 송환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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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가 독일에서 승마 훈련을 했던 프랑크푸르트 북서쪽 호프구트 승마장. /이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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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현재 덴마크 올보르 시내 인근 구금소에 6일째 구금돼 있다. 애초 정 씨는 구금이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정 씨는 구금과 관련해 덴마크 최고법원 이의신청을 포기한 상황이다.

이제 정 씨에게 남은 건 여권 무효화에 따른 강제추방과 국내 송환뿐이다. 정 씨는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장기간 덴마크 구금소에서 버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 씨의 생각처럼 장기간 덴마크 현지에 머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현지 법조인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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