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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헌재까지 온 '태블릿 PC' 논란 왜?…'독수독과' 원칙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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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입수 경위 위법하면 증거능력 상실 원칙

朴대리인측, 확실한 물증 흠집내겠다는 전략인듯

뉴스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수명재판관인 이진성, 이정미, 강일원 헌법재판관(왼쪽부터)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3차 준비절차기일에서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출석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 2016.12.3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태블릿 PC' 논란을 헌법재판소까지 끌고 들어왔다.

문제의 '태블릿 PC'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심판으로까지 내 몬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시킨 기폭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란의 핵심은 태블릿 PC가 누구 소유냐와 입수 경위에 모아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도 이같은 논란을 둘러싸고 특위 위원과 청문회 증인 간 엇갈린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었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이런 전략을 취한 것은 '태블릿 PC'가 박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위반을 입증할 '물증'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자들이 검찰에 진술한 내용을 담은 진술조서 등은 전문증거로서 인정받기 위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반대신문 등을 통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태블릿 PC는 '물증'으로 그 자체로서 증거력이 인정된다.

이 때문에 대통령 대리인단이 '태블릿 PC'의 입수경위 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 등을 통해 증거능력을 부인하거나, 이미 오염된 증거라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증명력'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독수독과' 원칙 두고 공방 예상

30일 헌재가 밝혔듯 탄핵심판은 형사절차를 준용할 뿐 형사재판이 아닌 헌법재판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 대리인들은 형사소송 원리들을 탄핵심판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태블릿 PC를 헌재까지 끌고 들어온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형사소송원칙 가운데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이 있는데,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이론 가운데 하나다.

이를 이번 사태에 대입하면 청와대 밖으로 유출돼서는 안되는 국정관련 문서들이 담겨 있는 태블릿 PC의 입수 경위가 위법하다면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법적 논리를 제공하게 된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이런 전략으로 태블릿 PC의 증거능력을 깎아내리려 할 공산이 크다.

태블릿 PC에는 국정 관련 문서들이 담겨 있었고, 박 대통령이 이미 대국민담화를 통해 연설문 등을 최씨에게 유출한 것을 시인했기 때문에 '태블릿 PC'는 대통령 탄핵의 명운을 가를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게 된다.

또 별도로 증거능력 부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전문증거' 등과 달리 그자체가 증거능력으로 인정되는 물증을 무력화하는데 성공할 경우 재판에서의 '방어'가 용이해진다.

이 때문에 태블릿 PC의 입수경위 등을 문제 삼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 대리인단측의 주요한 소송전략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순실씨 등도 재판과정에서 재판부에 태블릿 PC의 입수경위를 살펴봐 달라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최씨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태블릿 PC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등 감정절차를 거쳐 그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이 헌재에 건네준 최씨 등의 수사기록에도 태블릿 PC에 대한 감정결과가 담겨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헌재가 탄핵심판에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만큼 태블릿 PC에 대한 검찰의 감정결과 외에 입수경위 등을 따지는 것은 탄핵심판의 본질과 관련이 없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안종범·김영한 업무메모, 정호성 녹취파일 등…'증명력' 관건

대통령의 헌법 또는 법률위반 의혹을 입증하는 확실한 물증은 현재까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메모,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취파일 등이 거론된다.

물적증거의 경우 반대신문 등을 통해 증거능력을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다만 증명력을 깎아 내리려는 공격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미 검찰은 안 전 수석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밝히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고, 그 증거로 업무수첩을 확보한 상태다. 이 때문에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증거능력을 부정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안 전 수석의 검찰 진술조서 등이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안 전 수석이 직접 헌재 법정에 나와 진술의 진정성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안 전 수석의 태도에 비춰 안 전 수석이 헌재 출석을 거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안 전 수석이 검찰에서의 진술과 업무메모 등에 대한 진술을 할 때 대통령 대리인 측이 반대신문권을 주장하며 안 전 수석의 진술과 업무메모 등이 믿을만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메모’ 역시 충분히 증거로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수석이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헌재에 직접 출석해 업무메모 작성의 임의성 등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특신상태’가 인정돼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취록 역시 같은 맥락에서 결정적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 전 비서관의 녹취록은 대통령 및 최순실과의 대화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대통령 측에 가장 치명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증거능력과 증명력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법과 절차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면 ‘증명력’은 재판관의 자유심증에 따라 달리 판단된다. 즉 누구 말이 더 신뢰할 만한지, 어떤 증거가 더 믿을만한지에 대한 판단은 재판관의 재량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본안심리 초반부는 관련 증거들의 ‘증거력’ 인정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으로 채워질 전망이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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