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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2016 바로잡습니다] 4·13 총선, 브렉시트, 미국 대선 예측 빗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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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월 4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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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국내외에서 굵직한 선거가 잇따라 치러졌습니다. 4·13 총선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 국민투표, 도널드 트럼프 돌풍이라는 이변을 몰고 온 미국 대선이 그것입니다. 이들 세 선거의 공통점은 여론조사 결과와 이를 토대로 한 주류 언론의 선거 예측 보도가 보기 좋게 빗나갔다는 것입니다. 중앙일보의 예측 보도도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습니다.

4·13 총선의 경우 전체 언론의 90% 이상을 점하는 대중매체가 여당 압승, 심지어 새누리당이 200석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본지는 4월 4일자 1면에 게재한 4·13 총선 전망 기사에서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은 112곳, 더불어민주당은 35곳, 국민의당은 11곳에서 우세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경합지 86곳 중 3분의 1을 승리하고, 비례대표 18석을 얻을 경우 전체 의석은 158석으로 국회 과반 의석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여소야대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으로 1당을 차지했고, 새누리당은 122석에 머무는 파란이 일어났습니다. 교섭단체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던 국민의당도 38석으로 약진했습니다.
중앙일보

6월 24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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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6월 영국에서 치러진 브렉시트 국민투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국민투표 이전에 브렉시트 가능성을 예측한 영국 주요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BBC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언론들은 영국의 EU 잔류 당위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투표 일주일 전, EU 잔류파인 노동당 조 콕스 의원이 반대파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모든 언론은 브렉시트 부결에 쐐기를 박는 사건으로 확신했습니다. 한때 탈퇴 지지가 우세했던 여론조사 결과가 하루아침에 뒤집혔고, 유력 언론인 더타임스가 브렉시트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콕스 의원에 대한 동정표와 탈퇴 반대파의 표가 결집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심각한 오판이었습니다. 본지는 막판에 영국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하고 투표 당일(6월 24일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유로화로 바꿔 두자며 환전소로 몰린 런던 시민들의 스케치 기사를 실었지만, 큰 흐름을 바꾸진 못했습니다.

총선과 브렉시트 오판은 언론이 여론조사에서 반영되지 않은 바닥 민심을 면밀히 챙기지 못해 벌어진 참사였습니다.

사회심리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으로 침묵의 나선(the spiral of silence)이 있습니다. 1966년 독일의 사회과학자 노엘레 노이만이 발표한 이 이론은 사회적으로 우세한 목소리와 자신의 의견이 일치하면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반대의 경우 침묵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주류 언론이 전하는 다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이 다를 경우 침묵하게 되며, 이것이 숨은 표가 된다는 것입니다.
중앙일보

11월 9일자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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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1월 미국 대선에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미국의 양대 신문인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공개적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고 여론을 몰아갔습니다. 유력 언론의 외면을 받은 트럼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며 보수 매체에 맞섰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습니다. 대선 전날(11월 8일), CNN은 클린턴 당선 확률을 91%, 뉴욕타임스는 84%라고 틀린 예측을 했습니다. 한편에선 검색엔진과 SNS 등에서 20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인공지능(AI) 컴퓨터만이 당선인을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과거 이런 숨은 표를 조사에 반영한 시도도 있었습니다. 냉전 시대였던 70년대 일본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들은 공산당과 특정 종교를 배경으로 하는 공명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오는 경향을 감안해 일정 비율의 ‘숨은 표’를 더해 결과를 발표하곤 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미국 언론들은 이런 세세한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아니,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본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부끄럽게도 중앙일보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미국의 유력 언론 보도를 그대로 인용해 독자 여러분께 전달했습니다.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의 얼 윌킨슨 대표는 미국 대선 이튿날 INMA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에서 이제 주류 언론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수많은 디지털 매체가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고 그들만의 청중을 대변하는 시대가 됐으니, 모든 여론을 커버하려는 기존의 대형 주류 매체는 힘을 잃고 말았다는 겁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조사와 분석방식 역시 진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년에도 한국과 프랑스 대선, 네덜란드와 독일의 총선 등 더 중요한 선거들이 대기 중입니다.

저희는 더 치열하게 고민하겠습니다. 거리로 나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그리고 내년 선거에서 보다 정확한 민심, 숨은 표심까지 반영해 보도할 수 있도록 취재 시스템을 보완하고 정비하겠습니다.

밝아 오는 2017년 새해에는 더 정확한 기사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박소영 피플&이슈부장

박소영 기자 park.s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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