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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아듀, 2016 문화계 결산]⑥문단 성폭력·블랙리스트에 ‘분통’…사드가 쏘아올린 한한령에 ‘착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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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건·사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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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문화계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며 사회적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문단 내 성폭력’ 현실을 폭로하는 충격적인 내용부터 현 정부 문화정책의 민낯을 드러낸 검열 사태, 유명 아이돌의 7년차 해체 징크스까지 다양하다. 해묵은 논란 가운데는 명쾌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내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주요 사건 등을 통해 한 해를 되짚는다.

■ 문단 내 성폭력 폭로

문단 내 고질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해였다. 발단은 지난 9월 김현 시인이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기고한 ‘질문 있습니다’라는 글이었다. 그가 이 글에서 문단 내 만연한 성폭력 실태를 폭로하자 SNS엔 여성 문인 지망생들과 출판 관계자들의 성폭력 고발이 잇따랐다. 트위터 해시태그 ‘#문단_내_성폭력’은 그동안 침묵을 강요당했던 피해자들에게 폭로를 가능케 했다. 소설가 박범신(70)을 비롯해 시인 박진성(38), 배용재(54), 황병승(46), 김요일(51) 등이 성추문과 성폭력 혹은 성폭행 추문에 이름이 올랐다. 지목된 문인들은 대부분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 뒤로 각종 문예지에서 대책 좌담이 마련됐다. 약자에 대한 폭력이 공론화될 수 있도록 문단 내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 이우환·천경자 작품 진위 논란

미술계에서는 광주비엔날레·부산비엔날레·미디어시티서울 등 국제적인 3대 비엔날레가 열린 한 해다. 그러나 동시대 미술계를 아우르는 담론이 활성화되기보다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 진위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25년간 논란이 이어져온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유족들의 고소·고발로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결국 ‘위작’이라는 작가 주장과는 달리 ‘진품’이라는 수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 대표작가인 이우환 화백의 경우엔 경찰에 붙잡힌 위조범들의 주장에도 불구, 작가가 “진품”이라고 강조하면서 경찰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유명 가수인 조영남씨의 ‘대리 작가’를 통한 작품 판매가 드러나면서 조씨는 법정에 선 상황이다.

■ 검열·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진작부터 있었다. 지난해 광주시가 광주비엔날레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홍성담 화백의 작품 ‘세월오월’ 특별전을 불허하고, 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인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 이윤택·박근형 연극 연출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최종 선정에서 제외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적시된 문예위 문건을 공개했다. 청와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문화예술위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전달됐다는 증언과 정황도 잇달아 나왔다. 지난 8월 숨진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2014·10·2)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 사드, 중국시장 역풍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 조치로 지난여름부터 중국에서는 일명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작동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8월 이후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 김우빈·수지의 중국 팬미팅이 취소됐고, 후난위성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 : 달빛 아래의 교환>의 여주인공을 맡아 촬영 중이던 배우 유인나가 도중 하차했다. 이영애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후난위성TV를 통해 계획대로 10월에 방송되지 못하고 연기됐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한한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한류 콘텐츠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절하며 한한령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월 이후 시트콤 <마음의 소리>와 드라마 <화랑>이 심의를 통과해 중국 웹사이트에서 방영되고 있다. 악동뮤지션의 상하이 공연도 허가가 났다. 하지만 이달 그룹 엑소의 중국 난징 콘서트는 중국 주최 측의 요청으로 잠정 연기됐다.

■ 7년차 아이돌 해체

아이돌 그룹은 2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가요계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매번 새로운 팀들이 데뷔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세대교체가 진행돼 왔다. 그런데 올해는 여러 아이돌 그룹이 잇따라 해체됐다. 특히 이들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렸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K팝 한류의 인기를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 1월 카라를 시작으로 6월 포미닛, 10월 레인보우, 11월 투애니원이 해체했다. 또 미쓰에이, 비스트, 시크릿은 멤버들이 탈퇴하면서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체나 탈퇴의 위기를 맞은 팀 중 상당수는 7년차다. 2009년 전속계약 기간을 7년으로 규정한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가 마련되면서 당시 데뷔했던 팀들의 재계약 시기가 올해 몰려 있었다. 데뷔 후 7년가량 활동하면 일반적으로 정점을 찍은 뒤라 가요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리즈 끝>

<박경은·심혜리·정원식·김향미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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