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삼성 디자인 특허 침해 인정 안 해
승리한 삼성, 샴페인 터트리기는 아직 일러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국내에서 벌어진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은 실리보단 명분싸움이었다. 양측 다 손해배상액이 적고 소송 제품도 주력 제품이 아닌 구형 제품이라 실질적으로 피해는 미비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금전적인 피해 이상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손익이 극명히 갈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4일 삼성전자-애플의 국내 소송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2건, 삼성전자가 애플의 상용특허 1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특허침해에 해당하는 애플 제품은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 아이패드2다. 삼성제품은 갤럭시S와 S2, 갤럭시넥서스, 갤럭시호핀, 갤럭시K, 갤럭시에이스 등 10개 모델이다
안방에서 실질적인 승리를 거둔 삼성은 큰 액수의 손해배상액을 얻어내진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애플로부터 들었던 '카피캣(copycat)'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었다. 이미지 회복이 가장 큰 수확이다. 게다가 미국 원정에서 펼쳐질 특허 대전의 판결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었다.
◇재판부 "외관 디자인, 기기 식별 중요 잣대 아냐"
재판부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제품은 직사각형에 모서리가 둥글다는 유사점이 있지만 모바일 기기를 식별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보기 어렵다"며 "소비자들은 단순히 외관만 보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운영체제, 성능, 작동법,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특허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가 침해 판결을 받은 기술은 '바운스 백' 특허다. 전자문서의 가장자리를 넘어설 경우 손가락 터치 조작 속도가 느려지는 기술이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바운스 백을 대체할 기술을 마련해 신제품에 도입했다. 향후 나올 제품에 큰 영향이 없다.
특허소송에 포함되지 않은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도 법원이 침해를 인정한 특허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이 추가로 소송을 걸면 판매금지를 당할 수도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는 모바일 기기가 모두 사용하는 통신 특허이기 때문에 아이폰5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이 소비자 선택권과 애플의 부품을 공급하는 입장 등을 고려해 추가 소송을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할 전망이지만 애플로서는 이번 판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 승리 자축하긴 일러
국내에서는 실리보다 명분을 챙겼지만 미국 판결은 실리와도 직결돼 있다. 실제로 양측의 손해배상액의 규모는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된다.
이번 국내 판결로 삼성전자는 애플 측에 2500만원을, 애플은 삼성 측에 4000만원을 지급해야하지만 미국 재판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에 27억5000만 달러(3조1130억원)를, 삼성전자는 애플에 4억2180만달러(4775억원)달러의 손해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패하는 쪽은 회사 운영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미국 법원의 판결은 전 세계 10개국에서 진행 중인 20여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보다 해외 수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삼성의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미국에서의 승리가 더욱 절실하다.
안방에서 승리를 거둔 삼성이 원정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을지 기대된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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