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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미인도 위작' 판정한 프랑스 감정업체 "눈코입 뚜렷한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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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검찰이 ‘진품’이라 발표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아시아투데이 전혜원 기자 =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검찰이 ‘진품’이라 발표한 가운데, 검찰조사 기간 중 위작 판정을 내렸던 프랑스 감정업체가 눈, 코, 입 부분의 왜곡과 오류를 판정 근거로 삼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미술계에 따르면 프랑스 감정업체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한 달여의 감정 끝에 지난달 검찰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인도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아니라고 판정한 근거를 총 9가지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특히 눈, 코, 입에서 뚜렷한 차이를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보고서에서는 눈을 그린 곡선의 각도와 눈 흰자위의 명도 차이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프랑스 감정업체는 천 화백이 그린 작품 9점 중 여성 정면상 7점과 미인도를 특수 카메라를 활용해 촬영한 뒤 이를 비교 측정하는 방식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미인의 눈은 둥근 활모양으로, 디지털 곡선 분석 측정값이 비교대상 작품 7점 평균과 동떨어진 수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또 일반적으로 작가가 오른손잡이면 오른쪽 눈을 그릴 때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천 화백은 오른쪽 눈과 왼쪽 눈 곡선이 동일하게 측정돼 노련한 화가임이 증명됐으나, 미인도만 양쪽의 눈 곡선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감정업체는 밝혔다.

눈의 흰자위 명도도 위작으로 판단한 근거로 제시했다. 감정업체는 흰자위에서 나타나는 명도의 측정치를 비교 분석한 결과, 전체 비교대조군 9점의 평균치는 183.17이나 미인도는 92.50으로 절반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안료 두께에서도 미인도의 흰자위는 다른 그림의 평균 두께와 동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코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그림 밑바닥 가장 깊은 층부터 중간층까지 단계적으로 이미지를 촬영해 비교해보니 미인도는 코의 윤곽선이 가장 깊은 층부터 이미 굵고 선명하게 나타났으며 다른 층에서도 변함없이 이런 선이 유지됐으나, 다른 비교대조군 작품에선 코 윤곽선이 가늘고 부드러운 불규칙한 선을 반복했다.

감정업체는 “이는 공을 들여 완성해간 흔적이 공통으로 나타나는 증거”라며 “미인도는 상이한 작법으로 그려졌다”고 분석했다.

미인도 콧등에는 빛과 어둠을 나누는 직선이 그려져 있는데 다른 그림에선 이 경계가 둥글면서 부드럽게 표현되지만 미인도는 그 수치가 다르다고도 언급했다.

보고서에서는 입술 아래 그림자도 프랑스 감정업체가 미인도를 위작이라고 판별한 근거로 명시됐다. 미인도에선 입술 아래 그림자가 두껍고, 검고, 넓은 선으로 뚜렷하게 표시돼 있으나, 비교대조군은 은은하고 얇으며 때로는 투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중 그림자 역시 미인도는 뚜렷하지만 다른 모든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정업체는 보고서에서 “미인도는 (비교대조군과) 본질적으로 달랐다. 미인도를 그린 위작자는 모든 비교대조군 작품에 나타나는 특색을 살리거나 과장해 표현하면서 작품을 충실하게 복사하거나 재해석했지만 계속 왜곡과 오류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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