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프랑스 감정단 방법에 의문
“진품에 적용해도 진품 확률 4%”
압인선 등 천 화백 제작기법 확인
두터운 덧칠 밑 또 다른 밑그림도
김재규에 전달 뒤 국가에 기부돼
명확한 이력 있는 것도 진품 증거
위작 주장 유족 측은 “인정 못해”
검찰이 진품이라고 결론을 지은 근거는 서너 개로 요약되는데 위작자를 자처했던 권춘식씨의 진술도 그중 하나다. 권씨는 검찰에서 “나로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작품 수준”이라며 앞서의 주장을 뒤집었다. 검찰이 미인도를 보여주자 실제 작품을 처음 본 권씨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19일 “미인도의 ▶소장 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 감정 ▶전문가의 안목 감정 ▶위작자를 자처한 권씨에 대한 조사 내용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이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용원 검사(왼쪽)가 1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에 대해 소장 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등을 종합해 진품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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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화백의 독특한 채색 기법도 미인도에 나타났다. 수정과 덧칠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하기 때문에 그림 밑층에 숨겨진 ‘다른 밑그림’이 있었다.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내는 위작에서는 보통 발견되지 않고, 천 화백의 ‘청춘의 문’(68년) 등에 이런 밑그림이 나타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대검·국과수·KAIST의 디지털 영상분석에서 미인도의 밑그림을 발견했으며 이는 천 화백의 비공개 작품인 ‘차녀 스케치’(76년)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뤼미에르 감정단의 보고서에는 1650개 단층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이 감정단이 제시한 비교 방법을 진품에 적용하면 진품일 가능성이 약 4%에 불과하다”며 비교 방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미술계는 ‘당연한 결과’라고 반기면서도 천 화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우홍 한국화랑협회장은 “결론으로 가는 과정이 시끄러워 일반인이 고인의 작품세계를 깎아내릴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써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가 지난 4월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사자 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다. 마리 관장 등 피고소인 5명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이미 국과수 등에서 진품으로 결론지었다고 주장한 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모(59)씨는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글=정재숙·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정재숙.송승환.전민규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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