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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검찰 "천경자 미인도는 진품"… 유족 "황당" 추가 대응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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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위작 논란’ 과학수사·전문가 감정으로 결론

1991년 논란이 제기된 후 25년간 지속되면서 ‘위작 스캔들’로 남아 있는 고(故)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19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62)씨가 미인도가 가짜임에도 진짜라고 주장한다며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소 및 고발한 사건을 무혐의로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다만 검찰은 천 화백이 진품을 보지 않고 위작이라고 했다고 주장한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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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수사결과 발표 도중 수사를 담당한 배용원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왼쪽)이 ‘미인도’ 그림 사본을 들어 보이며 진품으로 판단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의 제작기법이 천 화백의 양식과 일치한다고 봤다. 김씨와 피고소인 측, 미술계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한 9명의 감정위원 대부분은 색채 사용, 두터운 덧칠, 붓터치, 선의 묘사 등을 들어 미인도가 천 화백의 진품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제껏 궁금증을 증폭시킨 미인도의 원래 소장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천 화백은 1977년 중정 간부에게 미인도 등 자신의 그림 2점을 선물했는데 이를 김 전 부장이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1979년 10·26과 1980년 12·12사건 이후 미인도 소유권은 신군부로 넘어갔고 옛 재무부, 문화공보부 등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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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가 진품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결정적 단서는 미인도 그림 밑층에 숨겨진 다른 밑그림의 존재였다. 이 숨은 밑그림은 천 화백 미공개 스케치 ‘차녀’와 아주 흡사하다. 천 화백은 1976년 둘째딸 김씨를 모델 삼아 스케치를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천 화백이 차녀 스케치를 바탕으로 1977년 미인도를, 1981년에 또다른 대표작 ‘장미와 여인’을 각각 완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의 미인도 감정에는 3차원(3D) 촬영, 디지털·컴퓨터 영상분석, 유전자(DNA)분석, 필적감정 등 국내 과학수사기법이 총동원됐다. 특히 웨이블릿(wavelet) 변환분석이라는 첨단기법이 활용됐다. 이는 원작을 디지털 이미지로 바꾼 뒤 작가의 화풍·특징에 따른 세부 항목별로 나눠 객관적으로 수치화함으로써 유사성과 차이점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미인도와 천 화백의 다른 진품들을 비교해 보니 눈동자, 콧방울, 입술, 머리카락 등 6개 세부항목 모두에서 차이점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천 화백 유족 측은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황당하다”며 추가 법적 대응을 할 방침임을 밝혔다. 차녀 김씨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단이 지난달 미인도에 대해 천 화백 작품이 아니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검찰 측에 제출했다”며 “프랑스 감정기관이 3가지 검사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는데 검찰은 이를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 변호인인 배금자 변호사도 “항고, 재정신청은 물론 한국 정부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훈·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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