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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천경자 '미인도', 검찰서 '진품' 결론…25년 논란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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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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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검찰의 결론이 나왔다. 25년을 끌어온 진위 논란이 이로써 마무리될지, 아니면 더 큰 논란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19일 과학감정, 안목감정, 전문가 자문, 관련자 조사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 근거로 △두꺼운 덧칠, 진한 채색, 압인선(눌러서 긋는 방식) 등 천 화백의 제작방식이 쓰인 점 △그림 아래에 숨겨진 밑그림이 존재하는 점 △밑그림이 천 화백의 미공개 작품 '차녀 스케치'와 유사한 점 등을 들었다.

우선 미인도는 천 화백의 작품 다수를 소장 중인 D화랑의 화선지와 액자로 표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D화랑에서 비교대상으로 삼은 진품들과 미인도 사이에 공통적인 제작방식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미인도 속에 숨겨진 꽃그림 등이 발견된 것을 두고 검찰은 "위작에서는 찾을 수 없는 '완성도'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봤다. 천 화백의 다른 작품 '청춘의 문'에서도 이 같은 제작방식이 쓰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검찰은 밑그림이 '차녀 스케치'와 유사하다고 보고 이 작품이 미인도의 '원작'격이라고 판단했다.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차녀 스케치'는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를 그린 작품이다. 앞머리, 눈썹, 콧날, 목선 등의 세밀한 스케치가 두 작품에서 유사하게 쓰였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앞서 검찰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해 DNA·필적감정 분석, 전문가 감정 등을 거쳐 진위를 가리는 데 수사력을 모아왔다. 다만 DNA·필적감정 결과 '판단 불명' 판정을 내렸다.

검찰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 속 숨겨진 그림을 찾아내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던 프랑스 감정팀 '뤼미에르테크놀로지'를 투입하기도 했다. 이 팀은 미인도가 진작일 확률은 0.0002%에 불과하다며 검찰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놨다. 반면 국내 전문가 대부분은 진작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미인도의 위작 논란은 1991년 시작됐다. 당시 천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개한 작품에 대해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술관과 감정의뢰를 받은 한국화랑협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화가 권춘식씨는 미인도를 본인이 그렸다고 주장했다가 이를 번복하며 논란을 더 키웠다. 천 화백은 "내가 낳은 자식을 몰라보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논란이 종식되기 전인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지난 4월 천 화백 차녀인 김 교수는 수사기관에서 가려달라며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을 비롯한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저작권법 위반·허위공문서 작성·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단함에 따라 고소·고발된 이들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다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실장을 지낸 A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 "이 사건은 과학감정 결과 이미 진품으로 확정되고 법원에서도 '판단 불가' 판정을 내렸다"며 허위사실을 적시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미인도의 원소장자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맞다고 확인했다. 김 교수는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며 이 역시 밝혀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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