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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미얀마 로힝야 보건정책 '인종청소' 수준"…의학저널 랜싯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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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망률 등 보건지표 최악…"이동제한 등 수십년째 의료차별"

연합뉴스

미얀마 로힝야족 어린이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불교국가 미얀마에 사는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가 의료서비스에서도 민족말살에 가까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의학 논문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영국의 의학저널 랜싯은 지난 1일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에 대한 '의료차별'이 일종의 학살이나 인종청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이 로힝야족 관련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이들의 보건 관련 지표는 다른 미얀마 내 다른 민족들에 비해 일관되게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이 빈번히 발생하는 미얀마 서부의 라카인주(州) 마웅다우, 부티타웅 마을은 의사 1명당 인구가 15만8천명에 달했다.

반면에 불교권인 시트웨의 의사 1명당 인구는 681명으로 의료환경이 훨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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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로힝야족 난민들
로힝야족 난민들이 임시 보호소가 마련된 라카인주 마웅다우 인근 마을에 앉아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또한 마웅다우와 부티타웅 마을의 만 5세 이하 영유아 사망률은 각각 1천명 당 135명, 224명으로 불교도들의 거주지역인 시트웨(77명)보다 크게 높았다.

시트웨의 로힝야족 난민수용소에서는 평균 37명이 1개의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위생환경도 극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용시설의 만 5세 미만 어린이 중 40%는 만성 설사에 시달리고 있었다. 라카인주 어린이 평균보다 5배가량 높은 비율이다.

세계보건기구(WTO)는 만성 설사를 5세 미만 아동의 영양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영양 상태가 나쁘거나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는 설사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로 매년 76만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 설사로 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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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바다서 구조된 로힝야족 난민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구진은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에 대한 출산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심각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로힝야족의 출산권 제한과 높은 사망·질병률과 관련해 미얀마 정부가 한 역할에 대해서는 종족학살(genocide)이나 적어도 인종청소(ethnic cleansing) 혐의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 수십 년째 의료차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정부군은 라카인주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로힝야족 거주지역을 봉쇄한 채 한 달 넘게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군인과 경찰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인종청소' 의혹이 제기됐다.

유엔과 국제인권단체들도 미얀마 정부에 로힝야족에 대한 의료차별 중단과 의료서비스 개선 등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미얀마 사무소의 마크 커츠 대표는 "라카인주는 역사적으로 불교도나 이슬람교도 모두 기초 의료서비스 접근이 좋지 않았지만, 특히 이슬람교도들은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로 수많은 의료장벽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 이민자로 취급돼 이동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이 박탈되는 등 박해를 받아왔다.

미얀마 당국은 랜싯에 게재된 논문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미얀마 보건부 흐툰 틴 국장은 "우리는 '벵골인'들의 출산권을 제한하지 않았다"며 "라카인주의 모든 사람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힝야족은 방글라데시에서 왔다는 뜻에서 '벵갈족'으로 불린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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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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