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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청문회 폭탄 발언? 朴 최후의 반격?... 탄핵 명운 가를 5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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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한 주’ 풍항계

“일해재단 모금 내라고 해서 내”

5공 청문회 때 정주영처럼

증인 총수들 폭탄 발언 나올 수도

朴대통령, 고해성사한다 해도

국민 마음 돌리기엔 늦은 듯

비박계 응집력 발휘할지 불투명
한국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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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합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9일 표결을 앞두고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 표결 참여로 전격 선회하면서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남은 5일 사이 박대통령이 퇴진 카드를 재차 던지는 등 탄핵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비박계 내부도 막판 변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얼마나 응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탄핵안 가결 가능성에 대해 “50 대 50”이라며 “승패를 알 수 없는 전쟁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이 죽는 것이고, 부결되면 여의도(국회)가 죽지 않겠느냐”며 “제로섬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 말리는 일주일이 전개될 것이다”고 말했다.

野 국정조사 청문회로 기선 잡기

야권은 이번 주초 3일 간 예정돼 있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기관보고와 청문회를 통해 탄핵 정국의 기선을 잡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난 달 20일 검찰이 중간 수사 발표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박 대통령을 적시한 이후 진상규명 작업은 다소 소강 상태였다. 야권은 이번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의 돈을 걷고 뒤를 봐주면서 ‘직거래’한 의혹과 세월호 참사 7시간 행적 등을 집중 조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증인으로 채택된 재벌 대기업 총수들과 국정농단 공범들 중 이른바 ‘제2의 정주영’이 나오길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988년 11월 ‘5공 비리 청문회’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일해재단 모금과 관련해 증인으로 불려 나와 “내라고 하니까 내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서 냈다”며 전두환 정권 차원의 강제 모금이었음을 폭로했다. 민주당 국조특위 관계자는 “결국 남은 ‘한방’은 증인들의 폭탄 발언 아니겠냐”며 “생중계 되는 국조 청문회로 선제공격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4차 담화로 탄핵 흔들기

탄핵을 막기 위해 박 대통령이 최후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은 3차 담화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사건 경위를 소상히 밝힐 기회를 갖겠다고 강조한 만큼, 별도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최후 변론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역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이후 표결을 앞두고 특별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노 대통령은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하며 탄핵 자체에 반발해, 국회의 탄핵 시계를 앞당겼다. 당시 회견은 국회의원들의 반발을 초래했지만 이번 박 대통령의 4차 회견은 퇴진 의사를 재차 표명하는 방법으로 여당 의원들의 분열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자신의 선의만 재차 강조한다면 국민적 반발을 불러 역효과를 낼 소지도 다분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탄핵을 막기 위한 마지막 노력으로 대국민 고해성사를 한들, 그 내용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올 지는 의문이다”며 “촛불 민심에 기름만 붓는 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촛불민심은 ‘여야 협상’ 용납 불가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여야 합의가 없으면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혀 ‘조건부 탄핵’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 협상은 ‘탄핵 열차’의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임기 단축 등 일체의 퇴진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아왔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도 야권은 막판 협상 가능성에 대해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일축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고도 했다. 촛불민심이 탄핵 열차를 출발시킨 만큼, 야권으로선 협상 운운하는 것 자체가 민심에 역행하는 일이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여야 합의를 전제로 탄핵 표결 동참을 말한 것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기 위한 면피용 출구전략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일보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청와대 100m 앞인 청운동 일대에서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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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계 응집력은 미지수

비박계가 우여곡절 끝에 탄핵 대오를 갖추긴 했지만 얼마나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 동안 비박계는 계속해 ‘조건’을 붙인 탄핵을 거론해 왔다. 물론 이번에는 전과 달리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4월 퇴진 입장을 밝혀도 여야 합의가 없으면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탄핵 열차에 탑승한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과 이후 권한 이양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즉각적으로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한다면 비박계의 상황은 다시 바뀔 수 있다. 탄핵을 추진할 명분이 없다는 ‘탄핵 회의론’이 득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에 가장 앞장섰다가 3차 담화 이후 탄핵 철회로 기우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도 그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그는 이날 비상시국위 모임 이후 ‘비박계의 입장이 변경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라는 것은 어떠한 경우의 수도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열차 멈추는 것은 대통령 즉각 하야

박 대통령이 특정 시점에 하야 하겠다고 선언하더라도 탄핵 열차를 멈출 수 없다는 게 야권의 입장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를 선언할 경우, 탄핵 대상 자체가 사라져 탄핵 절차는 무의미해진다. 금태섭 민주당 대변인은 “법률적으로는 즉각 하야가 아니라면 무조건 탄핵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탄핵이 가결된 이후에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를 선언해도 탄핵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 금 대변인은 “일반 공무원의 경우 탄핵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사표를 낼 수 없지만,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은 예외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고 말했다. 이 경우 정치적 합의로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 발의와 3분의 2 찬성으로 탄핵안을 취소하거나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중지할 수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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