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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박진호의시사전망대] 박 대통령에 질문 던진 기자 "그동안 허깨비 기사 썼나…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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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그간 최순실 결재 연설문 분석했나, 굉장히 패닉 상태
-청와대 출입하며 ‘받아 적기’ 하냐…들러리란 질책에 반성
-질문 안받는다해 불참한 언론사 있어…올곧은 기자들 항의표시
-특파원 백악관 취재 때, 美대통령 반드시 질문 받았는데…
-청와대 담화 발표, 출입 기자에게도 한 시간 전 삼십분 전 공지
-대통령 추후 질의응답 여러 가지 방안 검토 중이란 얘기 들려


▷ 박진호/사회자: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사태. 그동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언론의 책임도 크기만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41년 전에 유신체제에 맞서면서 바른 목소리를 내다가 해직됐던 대선배 기자들이 지난 11월 15일이었죠.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향해서 대통령에게 질문하라는 송곳 같은, 거스를 수 없는 주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29일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여전히 질문을 받지 않고 돌아서는 대통령을 향해서 목소리를 낸 젊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용기를 냈던 기자들에게 관심이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그 중심에 있는 현직 청와대 출입 기자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서울신문 김상연 기자입니다. 김상연 기자 안녕하세요.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예.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쓰신 칼럼을 잘 봤는데요. 지금 청와대 출입 기자들도 고민이 상당히 많을 것 같아요.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예. 아무래도 국민들께서도 충격을 많이 받으셨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청와대 출입 기자들만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접했고. 그리고 연설문이라든지 대통령의 발언, 이런 것을 항상 꼼꼼하게 분석하고 기사를 써왔기 때문에. 이것이 지금 알려진 대로라면 최순실 씨의 사실상의 결재를 거쳐서 나온 것이라면. 저희들이 과연 허깨비를 놓고 분석한 것인가. 이런 자괴감도 들고 충격도 받아서요. 굉장히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사실 대통령의 1, 2차 대국민 담화 나올 때 청와대 기자들이 거의 전혀 질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보는 분들의 비난이 상당했고요. 3차 담화 때는 분위기가 다소 달랐던 것 같은데요. 어떤 일이 있었나요?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예. 1차, 2차 때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질문을 받지 않고 담화만 낭독하고 바로 퇴장하겠다. 이렇게 공지를 했고. 또 기자들도 전대미문의 사건이어서, 전례도 없고 해서요. 그래서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하고 과연 어떻게 사과를 하는지. 이런 것에 더 관심이 쏠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질문을 해야겠다는 의식이 더 약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변명일 뿐이고요. 2차 담화 뒤에 많은 국민들께서 왜 청와대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고 앉아서 받아 적기만 하느냐. 들러리를 서는 거냐. 이런 질책을 하셨고. 그 때 내가 너무 문제의식이 없이 안일하게 대처했구나. 너무 순응적이었구나. 이런 반성도 했고 또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음번에 반드시 질문을 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고요. 저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기자들이 같은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제가 어떻게 맨 앞줄에 앉게 됐고, 그래서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아마 다른 기자라도 그렇게 질문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바로 김상연 기자가 사실상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었기 때문에 저희가 오늘 전화 연결을 부탁드린 건데요. 상당히 오랫동안 청와대 브리핑 과정에서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는데. 김상연 기자는 최순실 공범 관계를 인정하느냐. 이렇게 대통령에게 한 질문. 미리 준비를 했었습니까?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마음속으로 준비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담화에서 막상 어떤 이야기를 할지 몰랐기 때문에 한 가지만 준비할 수는 없었고 일단 몇 가지를 준비했고요. 그리고 질문이 어떤 모욕을 주거나 질문을 위한 질문이 아니고. 그래도 최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짧고, 쉽고, 그리고 메시지가 분명한 질문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담화에서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의 공범 관계를 부인 하는듯한 발언을 했고요. 그래서 이 부분을 국민들께서 가장 궁금해 하시겠다는 생각에서 그 질문을 던지게 됐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번에 3차 담화 당시에 몇몇 언론사 기자들은 아예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요. 맞습니까?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예. 그래서 그런 얘기가 들려서 확인을 해봤더니 정말 참석을 하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랬는지는 확인을 안 했는데. 그냥 제가 이것은 순전히 추측한 건데. 그 기자들이 평소에도 좀 올곧은 기자들이거든요. 그래서 청와대에서 질문을 안 받겠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항의의 표시로 불참한 것 아닌가. 그런 추측은 제가 해봅니다.

▷ 박진호/사회자:

사실 우리 국민들 보면 미국의 백악관 기자회견 장면이나. 여러 가지 청와대의 기자회견이 비교가 되기 때문에. 도대체 왜 무슨 일이 있기에 청와대 기자들이 질문을 안 던지고 적극적으로 취재를 안 하는 것인가. 이런 비판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청와대 기자들의 특수한 사정이 있나요?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그런 것보다는 아까 제가 말씀드렸듯이. 저도 청와대 출입한 지가 사실은 5개월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없었고요. 보통 기자들을 모아놓고 이야기 하면 질문을 받는 게 당연한데. 이번에는 담화를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기자들 없이 하는 건 줄 알았더니. 기자들이 올라올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했고. 이게 전례가 없어서 저희들도 미처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런 생각을 못했고. 나중에 가서야 그런 지적들도 받고. 저희들도 돌이켜서 생각을 해보니까 이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게 해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어떤 문제의식이라든지 기자정신. 이런 게 과연 투철했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자성을 해봐야 되고요. 이번 기회에 어떤 매뉴얼처럼. 저도 워싱턴 특파원을 하면서 백악관도 취재해 봤지만. 거기는 대통령이 담화할 때에는 반드시 카메라 앞에서 기자들 없이 하고.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 반드시 질문을 받는 시스템인데. 우리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런 시스템이 정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 박진호/사회자:

앞서 말씀하셨듯이 전례가 없다는 것이 담화 때 기자들이 배석한 전례가 없다. 이런 말씀을 하신 거죠?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예. 저도 그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이런 것만, 그 때는 출입하지 않을 때 봤는데. 이렇게 앞에 앉혀놓고 담화를 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는지. 그런 경우가 제가 기억이 안 나서요. 그래서 기자들도 막상 그 때는 경황이 없고. 혹은 이 담화라는 게 엊그제도 그랬고 꼭 한 시간 전, 삼십분 전. 이렇게 공지가 됩니다. 그러면 저희들도 급하게 올라가서 해야 하니까 어떤 치밀한 생각을 못하고. 그렇게 좀 정교하지 못하게 대처해서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대통령이 사실 이번 3차 담화를 마치고 돌아서면서 이른 시일 안에 자세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겠다는 취지로 말을 했었는데요. 실제로 진행이 될 것 같습니까?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지금 그런 얘기는 했는데. 그것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테면 기자회견을 할지. 아니면 일각에서는 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지. 아니면 편집국장, 보도국장 간담회 형식으로 할지. 이런 여러 가지 얘기들만 있고. 정작 어떻게 뭘 할지, 시기적으로 언제 할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일부 기자들은 이게 진짜 한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그 당시에 그런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냥 한 얘기는 아닌지. 지금 워낙 그런 불신이라든지 이런 상황이 팽배하니까요. 확실하게 얘기하기는 힘든 상황 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예. 알겠습니다. 오늘 사실 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지금 여러 청취자 분들이 문자 메시지 보내주고 계신데. 좀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는 의견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저도 사실은 이 기자들이 질문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건데. 이런 질문을 했다는 반응이 너무 많이 오고, 격려도 너무 많고 해서 제가 너무 놀랐고요.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제가, 또 저를 포함해서 기자들이 국민들의 눈높이. 국민들이 바라는 것에 너무 못 미치지 않았나. 이런 반성도 많이 하게 됐고. 그렇게 생각이 됐습니다. 이번 기회에 많이 분발하겠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 김상연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예.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서울신문 청와대 출입기자 김상연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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