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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박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 몰두해 '법리' 몰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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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수사관련 발언… 이치는 물론 법리에도 어긋나

대통령 '수사불가' 재언급에 '공적인물론' 무시

뉴스1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 변호를 맡은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6.11.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박 대통령의 검찰조사와 관련해 밝힌 입장을 두고 변호에 몰두에 기본적인 법리조차 몰각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유 변호사는 15일 검찰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본적인 의혹을 정리하고 법리검토를 하는 등 변론준비에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이 요구한 16일 대통령 조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유 변호사가 언급한 여러 사안들이 법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수사상식과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며 유 변호사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 "의혹 모두 정리시점에 조사" 발언에 "수사기본원칙도 몰라" 비판

유 변호사는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이 이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해 대통령 관련 의혹사항이 모두 정리되는 시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을 유 변호사의 '조사시기'와 관련한 발언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이야기" 또는 "수사의 기본도 모르는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모두 대통령과 관련이 돼 있고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대통령만을 위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이 (연설문 수정 등)부탁했다거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지시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최씨나 안 전 수석의 혐의사실에 관해서도 대통령의 개입정도나 역할범위가 수사의 핵심사항"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최순실 기소시한이 20일인 상황에서 검찰이 핵심 관계자인 대통령을 16일 수사하겠다고 한 것은 대통령을 최대한 예우해 준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넘어서서 최씨나 관련자들의 수사를 다 끝내고 난 뒤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한 교수는 "사실관계가 정리가 안되니까 대통령 조사를 하겠다는 건데 유 변호사의 발언을 뭐라고 논평해야 할지 모를 정도"라고 평했다.

한 교수는 "통상 수사기관은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에는 사법처리 수순을 밟는데 조사를 앞두고 사실정리를 운운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원칙도 모른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조사 최소화 주장은 대통령 수사가 성역인 듯 갖가지 이유대고 있을뿐"

유 변호사는 검찰과 조사시기나 방법에 대해 협의를 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조사시기를 문제삼아 조사를 거부하고, 서면조사가 합당하다며 서면조사를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의 박근혜 대통령 조사방법에 대해 "헌법상 현직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인정되고 있다"며 "이는 대통령이 임기 중 수사와 재판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에 국가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 헌법상의 보호장치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4조가 정하고 있는 대통령 형사 불소추특권의 '불소추'는 단지 '소추' 즉 소송의 제기와 진행만이 허용되지 않을 뿐 대통령도 수사대상이 된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논쟁을 통해 법리해석에 대해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성립된 부분이다.(관련기사:헌법학자 20명중 19명 "대통령도 수사대상"/ 뉴스1 11월 1일 보도)

전문가들은 유 변호사가 다시 '수사'를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된다는 것을 근거로 대통령에 대한 수사 불가론에 재차 불씨를 당기려 시도했다고 분석한다.

유 변호사는 또 헌법 84조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하고 이를 전제로 "내란·외환죄가 아닌한 조사가 부적절하다"며 "원칙적으로 서면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횟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지봉 교수는 "조사방식·횟수 등 강제수사 필요여부는 수사주체인 검찰이 판단할 문제로 수사횟수 등을 대통령 측이 일방적으로 미리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유 변호사의 발언을 일축했다.

그는 "대통령은 현재 국민적 저항에 마주해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게 없고, 국민들은 아예 국정운영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 상황에서 원활한 직무수행을 이유로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성역수사인 것처럼 갖가지 이유를 대며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국민의 분노를 키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전례에 비춰보면 서면조사는 형식적 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횟수 등은 대통령이 검찰조사에 얼마나 협조적이냐에 달려있는 문제로 수사횟수를 언급하기 이전에 대통령이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교수는 "참고인 신분이라도 검찰이 범죄수사를 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당연히 검찰이 필요할 때 소환하고 그에 응해야 한다"며 "검찰이 날짜를 정했다면 그에 맞춰 협의할 사안이지 유 변호사가 수사방법이나 조사방법을 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한 교수는 "결국 유 변호사 발언의 요지는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로 보일 뿐"이라며 "대면수사로는 도무지 감당이 안되고 자신이 없어 서면조사 아니고는 응하지 않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며 "결국 대통령은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발언을 해놓고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 '여성으로서 사생활' 언급 가장 부적절 …'최순실씨 사건'으로 선긋기

전문가들은 유 변호사의 발언 가운데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언급을 가장 부적절한 것으로 꼽았다.

대통령은 '공인'이고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이 깊게 관여돼 있는 '공적사안'임에도 이를 '사생활'로 축소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 변호사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임지봉 교수는 "대통령은 공인 중의 공인이라며 공인에게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정도로 사생활 제한 등에 대한 감내가 요구된다"며 "대통령의 검찰수사와 관련해 사생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평했다.

유 변호사는 "최순실씨 사건으로 엄청난 혼란이 야기되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거나 실망한 데 대해 변호인 저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주셨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교수는 "(검찰과 언론이) 수사목적과 관련 없는 사생활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사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여러 사안을 조사할텐데 '여성'을 언급하며 '사생활'을 묻는 것은 안된다는 것은 검찰수사를 앞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제시로 보일수도 있는 만큼 조심했어야 할 발언이었다"고 논평했다.

한상희 교수는 유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여자들은 검찰수사를 전혀 받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인지 도무지 발언 취지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또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세간의 지적을 의식한 듯 '최순실씨 사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관련성과 선을 그으려고 노력했다.

한 교수는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강성 변호사를 선임한 것을 보면 '나는 전혀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은) 국민들의 예민한 감정을 누그러지게 할 생각자체가 없는 듯하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일선 변호사들은 변호인으로서 의뢰인 보호를 위해 서면조사 요청이나 조사기일을 미뤄달라는 주장이 크게 무리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 밖에 유 변호사의 구체적 발언 내용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변호인은 자신이 변론을 맡은 소회 정도를 밝히는 수준이 적당했을 것"이라며 "이번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본인 입장을 소상히 밝혀야 마땅한데 대통령의 심경이나 입장을 변호사가 사생활을 운운하며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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